[사설] 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수출 회복 찬물 우려

입력 2020-12-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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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원·달러 환율 1100원 선이 무너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8원 내린 1097.0원에 장을 마감했다. 2018년 6월 14일(1083.1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고, 올해 최고치였던 3월 19일의 1285.7원에 비하면 13.9% 떨어졌다. 외환당국이 경계 신호와 함께 개입에 나섰지만 추락을 막지 못했다. 환율 하락(원화 강세)이 추세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이 환율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 의회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9000억 달러 이상의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최초로 승인해 미국 등의 조속한 백신 허가가 예상되면서 글로벌 경제 불안을 완화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11월 부터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데다, 우리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말 4363억8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98억7000만 달러 늘었다.

시장은 환율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수출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환율이 떨어지면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수출 물량 감소와 함께 채산성도 나빠진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수출이 0.51%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율에 민감한 반도체·전자·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피해가 크다. 11월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458억1000만 달러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데, 이 같은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서 수출기업들은 내년 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코로나19 확산세 다음에 환율 변동을 꼽았다. 수출기업들의 2021년 사업계획 환율은 평균 1140원이었고, 수출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133원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훨씬 밑도는 과도한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의 수익구조 악화와 경영난을 가속시킬 우려가 크다.

대기업들은 해외공장 생산 비중을 늘리고 결제통화 다변화와 환헤지 기법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그럴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특히 환율 리스크에 취약하다. 환율 하락이 가팔라지면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멀어지는 것이 문제다. 기업들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 제고로 저환율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근본적인 과제이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 정부의 단기 대책도 절실하다. 외환 당국이 섣불리 시장에 개입할 수 없는 한계 또한 뚜렷하다. 수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실효적 지원 방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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