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쥐락펴락 ‘검은머리 외국인’]④외국인이라 불러달라는 외국국적의 검은머리-사모펀드 사태 주역

입력 2020-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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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자산) 부실과 다단계 사기인 것을 인지하고도 지속적으로 (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 검은머리 외국인 임원의 도주를 방관하는 것은 아닌가요?”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던 올 초 국민 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캐나다 국적을 꼬집은 것이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은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지표로 반영되는 주식시장에서 해외 국적의 교포가 운영하는 자산운용사를 활용해 마치 외국기관이 투자한 것처럼 꾸민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2000년대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 스티브 유부터 최근 부동산 투자까지 다방면에서 사회적 골칫거리로 고착화됐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해외로 빼돌린 돈을 국내 사모펀드를 설립하고,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주식을 인수 후 유령처럼 숨어서 경영권을 유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자금 소유자와 출처가 조세회피처를 통해 은폐돼 법적 문제도 피해가면서 경영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세회피처는 이들의 자금통로로 지목되고 있다. 2016년 재벌닷컴이 국내 상장사 중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와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에 주소를 둔 외국인 지분 액수는 총 2조7017억 원이었다. 당시 전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 주식 가치의 약 6%에 달하는 금액이다.

소규모 인수합병(M&A) 자산운용사들이 주목받는 아이템을 가진 기업(Pearl)을 부실한 상장기업(Shell)과 합병하는 식의 우회상장 후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검은머리 외국인이 투자하면, 일반 투자자에겐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투자한 것처럼 보여 기업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외국인 신분으로 임대업을 하면서, 수입금액을 누락할 때 이를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외국인 국적을 활용한 부동산 투자 사례가 나오면서 변칙적 탈세 혐의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만약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악용한다면, 검은머리 외국인을 활용한 신분 세탁으로 부당 이익을 취득할 방법은 더 다양해진다. 특정 기업의 주식이나 전환사채가 될 수도 있고, 국토개발정보 입수를 통한 부동산 개발도 좋은 투자기회가 된다. 공기업의 아웃소싱이 될 수도 있고, 공공사업 영역에서의 민간투자로 위장한 고수익 확보 영역이 될 수도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등장은 IMF(외환외기)부터였는데, 마치 외국인이 투자하는 것처럼 해 소득 탈루의 문제가 있다”며 “특히 증권과 관련된 세금이 많이 발생하는데 거의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준다”며 “거래제한과 세금 문제 등 경영실적의 투명한 공개 의무를 저버리고 대주주가 안아야하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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