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현대차, 日토요타에 선전포고…中서 수소전기차 맞대결

입력 2020-11-04 16:06수정 2020-11-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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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中 정부와 수소전기차 시장 협력
현대차, 수소전기 열차와 선박 등 다각화
토요타가 선점 중인 중국에 현대차 진출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현대자동차가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일찌감치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을 위해 공을 들여온 일본 토요타 입장에서 만만찮은 경쟁자가 생긴 셈이다.

중국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글로벌 표준 선점 때문이다. 현재 수소 전기차의 안전 기준과 충전 방식 등에서 공식화된 기준이 없다.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이 표준을 주도하게 된다.

현재 상황이라면 일본 토요타의 기준, 아니면 토요타와 현대차의 절충안이 글로벌 표준으로 유력하다.

그래서 4일 현대차가 밝힌 ‘중국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의 골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중국 어느 지자체와(또는 어느 회사)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실상 일본 토요타가 선점을 넘어서 독점 중인 시장에 현대차가 도전장을 던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

토요타는 중국에, 현대차는 다각화에 집중

이제껏 ‘수소전기차’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양사는 혈투를 앞둔 맹수(猛獸)처럼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정면 대결을 피했다는 뜻이다.

일본 토요타가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는 사이, 현대차는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나아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자동차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철도와 선박은 물론 자가발전기 시장까지 확대하면서 토요타와의 맞대결을 피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2050년까지 중장기 수소산업 활성화 방안을 보면 현대차로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전체 에너지의 10%를 수소로 활용하고, 수소전기차 500만 대 보급을 공언했다.

우리나라 1년 자동차 시장이 약 170만 대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얼마나 큰 수소전기차 시장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 개발보다 양산 능력이 패권 결정

현대차와 토요타의 싸움을 살펴보기에 앞서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을 먼저 살펴야 한다.

2004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소형차 A-클래스를 바탕으로 수소전기차를 내놨다. 그러나 벤츠는 소량을 생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대규모 양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벤츠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BMW 역시 2000년대 초 수소차를 개발했으나 수소전기차가 아닌, 단순하게 액화 수소를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이었다.

수소의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전기차는 일본과 한국이 주도 중이다.

세계 최초의 양산 수소전기차는 현대차가 2세대 투싼ix(2013년)로 만들었다.

이어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은 토요타의 미라이(2014년)다. 앞서 투싼ix 수소전기차가 있었지만, 토요타는 “(수소전기차)전용 모델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최초 양산’을 강조했다.

독일(AMS)과 미국(카앤드라이버) 자동차 권위지들은 현대차 넥쏘가 토요타 미라이를 소폭 앞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 중이다. 독일 아우디가 일본 토요타 대신, 현대차와 수소동맹(2018년)을 맺은 것도 이런 이유다. 조만간 토요타는 넥쏘를 뛰어넘는 2세대 미라이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은 현지양산을 추진 중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초시 시장 선점해야 글로벌 표준 주도 가능

수소전기차 시장은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예컨대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았다. 이름도 생경한 중국 현지 토종 전기차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심지어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마저 “전기차 우리도 만든다. 우리 모터가 최고니까”라며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얼마 못 가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이유는 하나, 양산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연간 180만 대 수준을 만드는 벤츠가 일찌감치 수소전기차를 포기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반면 한때 820만 대를 만들었던 현대차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결국, 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향후 성장 동력을 좌우한다.

시장을 선점하면 수소전기차의 글로벌 표준을 거머쥘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차(회사)가 수소전기차 생산 및 안전, 충전 표준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초의 시장 선점이 중요한 게 이런 이유다.

일본 토요타가 거대 시장 중국을 선점하려는 것도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자동차 이외에 열차와 선박, 자가발전 등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 역시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해서다.

나아가 시장 선점을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본격화하면 핵심인 연료전지의 생산원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이익이다.

▲울산항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로 수출되는 ‘넥쏘’와 ‘일렉시티 FCEV’가 선적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시장 확대 초기 주도권 선점이 핵심 열쇠다. 글로벌 표준 확보, 나아가 대량 생산으로 인한 연료전지 단가하락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중국에 공들인 토요타, 발등에 불 떨어져

코트라에 따르면 토요타는 2017년에 중국 장쑤성(江苏省)에 수소충전소를 일찌감치 설립했다. 당시는 현대차 넥쏘가 시장에 출시되기 전이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대규모 중국 정부 고위층 견학단을 꾸려 수소연료전지 생산공장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나아가 지난 6월 '세계 환경의 날'에 일본 토요타는 중국에 연료전지 개발 합작사를 설립했다. 토요타가 지분 65%를 쥐고 중국 △이화퉁수소연료전지그룹(15%) △둥펑차(5%) △광저우차(5%) △FAW(5%) △베이징차(5%) 등이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다.

현지 합작사와 2021년부터 수소전기 버스 대량생산에 돌입하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수소전기 버스를 투입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이처럼 그동안 토요타가 공을 들여온 중국 수소전기차 시장에 현대차가 출사표를 던진 만큼, 토요타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충분한 양산 능력과 시장 분석력, 현지화 전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현대차로서는 올해 수소전기차를 몇 대 파느냐보다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유럽 메이커가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하기 전, 글로벌 수소전기차 안전 및 충전 표준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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