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분기에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 신호탄을 쏘아 올린 가운데 상당수 상장사가 코로나19에 따른 쇼크에 벗어나 지난해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기업, 코로나19 수혜주들이 선전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증권사들이 기업 실적 전망치를 매우 보수적으로 산정해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 기업 62개 사 중 58%에 달하는 36개 사가 컨센서스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추정치 대비 괴리율은 평균 27.8%에 달했다.
전망치 대비 잠정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적 발표 전 증권가에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754억 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6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치 대비 118%가 증가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TV, 모니터 등 전자제품 소비가 증가하면서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OCI도 추정치보다 78.9%가 많은 18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놨다. 8분기만에 흑자 전환이다. 반도체와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수요가 증가한 데다 중국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GCL 공장 화재에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 영향으로 실적이 급등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현대로템도 3분기 31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놓으며 추정치를 70.2%나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다.
포스코(39.4%), 고려아연(29.1%), 현대제철(11.3%) 등 철강·금속 업종 종목들도 추정치를 앞서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유럽 등이 코로나19 여파로 생산량에 차질이 생기며 철강 가격이 오르고 있고 판매량도 회복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금, 은, 아연 등 금속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국내 4대 금융 지주인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전망치보다 11.4%, 21.44%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반면 LS일렉트릭은 이제까지 실적이 나온 상장사 중 추정치보다 36.4%나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건설(-18.8%), 삼성물산(-10.8%) 등 건설사들도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다. S-Oil도 정유 업황 부진이 지속하면서 흑자 기대가 무너지고 93억 원 적자를 보였다.
같은 업종 사이에서도 실적 온도 차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GS건설은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현대건설은 쇼크를 맞았고, IT·전자업종이 선전한 가운데 통신장비업체와 일부 소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3분기에도 기업 실적은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반도체, 유틸리티, 자동차 업종의 실적 개선이 시장 전반의 이익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1년 실적 개선 모멘텀이 강하게 이뤄지는 화학, 자동차, IT가전,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