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까지 제주도서 코로나 이후 첫 오프라인 세미나…'포스트 코로나' 장기 대응책 점검할 듯
최태원<사진> SK 회장을 비롯해 SK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시장에서 SK그룹의 도약을 위한 ‘딥 체인지(Deep Change·근원적 변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제주도에서 ‘2020 CEO 세미나’를 개최한다. 코로나19 이후 SK그룹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개최하는 회의다.
매년 열리는 이 세미나는 내년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통상 최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조대식 의장과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계열사 CEO 등 80여 명이 참석한다.
지난해 CEO 세미나는 ‘딥 체인지 실행,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행복’을 주제로 열렸다. 당시 최 회장은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CEO는 ‘결정권자’, ‘책임자’로만 인식됐으나, 앞으로는 딥 체인지의 ‘수석 디자이너(Head Designe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모델 진화·전환·확장, 자산 효율화, 인적자본(Human Capital) 확보 등 딥 체인지의 모든 과제가 도전적인 만큼 기존의 익숙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디자인 사고의 필요성을 당부한 바 있다.
올해 CEO 세미나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한 만큼 딥 체인지의 방향성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최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코로나19를 위기로 단정 짓지 말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포스트 코로나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T) 등 혁신 기술과 사회적 가치 추진 등을 통한 사업 모델 및 일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각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6월 열린 확대경영 회의에서 키워야 할 기업가치로 지속가능성ㆍ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ㆍ고객 신뢰와 같은 사회적 가치, 지적 재산권ㆍ일하는 문화와 같은 유ㆍ무형자산을 모두 포괄하는 토털밸류라고 방향을 잡은 만큼, CEO들은 이와 관련한 추진 상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ㆍ화학 그룹사는 전통적 에너지 산업으로는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친환경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아 기업가치를 혁신하고 있다. 최근 폐플라스틱을 고온 분해해 얻은 열분해유로 화학제품 시제품을 만든 성과 등 그린밸런스 전략의 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와의 거래가 끊기는 등 미·중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를 대체할 공급처 확보를 비롯해 CIS(이미지센서), 파운드리, AI(인공지능) 등 신사업 분야 점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장기적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전환 움직임도 점검한다.
이 밖에 12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재심사 등에도 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SK텔레콤 등이 포함된 정보ㆍ통신 분야에서는 AI와 DT 등 4차산업 혁명의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방안과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있는 상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최근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 테크놀로지’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이번 세미나에서는 안정적인 수익과 미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SK그룹의 포트폴리오 운영 방향과 그룹 차원의 성장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사들이 상호협력하는 방안 등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