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독일 미테구...“‘평화의 소녀상’ 철거, 대화로 해법 찾자”

입력 2020-10-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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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협의회’, 전날 철거명령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
미테구·시민단체, 조만간 협의 나설 듯

▲1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일본 정부 로비로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을 내렸던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가 한발 물러섰다.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은 13일(현지시간) “관련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자는 입장을 보였다.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베를린 소재 한국 관련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가 전날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생긴 철거 보류 시간을 활용해 절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에 미테구와 소녀상 관련 시민단체 간 협의 자리가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미테구의 허가로 9월 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철거 위기에 내몰렸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 설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 관방장관까지 나섰다.

일본은 민족주의를 사실상 파시즘으로 여기는 독일의 정서를 이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반일 민족주의로 몰아갔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 분쟁 사안이라는 구도를 짜 독일이 부담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끈질긴 압박에 미테구 측은 7일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통보했다. 제막식이 열린 지 9일 만이다.

이에 베를린 시민과 교민이 소녀상 지키기에 나섰다. 이들은 일본의 민족주의 프레임에 맞서 보편주의적 가치를 강조했다.

코리아협의회는 40여 개 현지 시민단체와 연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전쟁 피해 여성 문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웠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의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발생한 공통적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코리아협의회가 한국 정부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는데, 이는 매우 모욕적”이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수없이 시위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전 세계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현지 시민단체인 메디카몬디알레 소속의 자라 프렘베르크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실재했던 문제이고 유엔에서도 인정한 문제”라며 압박에 못 이겨 철거를 결정한 미테구를 비판했다.

현지 시민단체인 일본여성이니셔티브 회원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미테구 당국을 비판했다.

미테구의 입장 선회로 당장 철거 위기를 모면한 가운데 비문을 수정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테구가 비문의 내용을 문제 삼은 만큼, 국제적인 보편성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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