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잇따르면서 최근 서울의 아파트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며 점차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한편에서는 집주인들이 호가(팔려고 부르는 가격)를 높이고 있고 신고가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1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총 3992건으로 집계됐다. 전달(1만647건)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도인과 매수인 간 원하는 집값의 격차가 커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거래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34㎡형 매매가격은 지난달 17일 14억9800만 원에서 이달 5일 이달 5일 14억8000만 원으로 내려갔다. 현재 호가는 15억 원을 넘지만 이 가격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아파트 전용 131.48㎡형 매매가는 6월 초 30억5000만 원에서 최근 28억3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호가는 32억~34억 원으로 집주인 간에도 생각의 차이가 큰 가운데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급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1단지 전용 84.9㎡형은 지난달 29일 12억4000만 원에 팔린 뒤 최근 10억5000만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현재 호가는 11억5000만~14억 원 수준으로, 이 가격에는 매수자가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한편에서는 신고가로 매매가 성사되는 단지도 적지 않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아파트 전용 84.77㎡형은 이달 5일 16억45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직전 신고가인 6월 14억87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넘게 올랐다.
행당동 두산위브 전용 59.99㎡형의 신고가는 6월 10억3000만 원에서 이달 1일 11억8000만 원으로 뛰었다.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전용 84.84㎡형도 이달 4일 10억9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입주가 바로 가능한 집과 전세를 낀 집의 가격 차이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임차인이 나가려 하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59.78㎡형은 지난달 8일 14억 원에 팔렸다. 바로 입주가 가능한 집으로, 동일 평형의 전세를 낀 매물의 가격은 현재 12억 원 후반대로 형성돼 있다.
고덕동 H공인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고덕 아르테온,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등 인근 아파트들에서도 비슷해 수천만 원이 더 비싸도 입주가 가능한 매물을 구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