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김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 "터키 리라화, 정책 스탠스 바뀌지 않는 한 안정 찾기 힘들어"

입력 2020-09-08 14:34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리라화는 당분간 약세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본적인 정책 스탠스가 바뀌지 않는 한 안정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8일 김성수<사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터키는 외환보유고 고갈 등 당국의 환율 가치 방어능력의 취약한 점이 드러났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적대적인 정부 스탠스, 극단적 통화정책 등으로 환율 약세가 꾸준히 이어여 오는 것이 현재 리라화”라고 말했다.

터키 리라화 약세는 연초부터 현재까지 그칠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장중 달러당 7.3677리라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해 시장의 우려를 낳았던 리라화 가치는 이달 들어 7.4리라대까지 떨어지며 이젠 8리라 가능성마저 언급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이슈 등 외부 요소까지 더해져 리라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터키 정부는 지난달 20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8.25%를 동결했다. 지난해 7월 무라트 우이살 터키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한 후 24%였던 기준 금리는 1년 만에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다.

김 연구원은 이 같은 터키 정부의 결정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제 인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느낌”이라며 “현재 터키의 물가와 환율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사실상 정책 독립성을 상실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적인 점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지속해서 은행들의 외화 지준율 완화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주장 또는 거부하던 전 총재를 경질한 바 있다. 사실상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이 대통령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최근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을 놓고 ‘500년 앙숙’ 그리스와 대치 상황을 벌여 유럽연합(EU)이 제재를 경고하는 등 나라 안팎에서 불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리라화 약세가 한국과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리라화 약세만 놓고 본다면 한국과 유럽에 있어 나쁜 소식은 아닌 것 같다”며 “한국과 유럽 모두 터키를 생산거점으로 삼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환 약세로 인한 반사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터키와의 경제적 밀접도가 아주 크지 않기 때문에 과거 환 손실로 큰 피해를 본 일부 기업을 제외한다면 리라화 방향성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리라화의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공세적인 외교정책과 독립성을 잃은 통화정책 등 근본적인 스탠스가 바뀌지 않는 이상 환율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주요국들과의 마찰로 인해 통화 스와프 등 통화가치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되고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터키를 방문한다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방 국가들의 제재 리스크로 인한 금융ㆍ실물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이에 더해 자국 내 특별한 제조업과 첨단 산업 기술이 없고 생산 대부분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터키의 경기 펀더멘털은 당분간 취약한 생태가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