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환보유고서 위안화 비중 2%로 높아져 -중국, 기술과 무역서 우위 점할 경우 달러 패권에 도전적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은 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인용,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1%에서 현재 2%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CNBC는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기축 통화 자리에서 바로 밀어내진 못하겠지만, 위안화의 중요성이 국제 무역뿐만 아니라 세계 외환보유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해석은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세계 외환보유고에서도 우위를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증대로 세계에서 위안화의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에 본사를 둔 본토벨자산운용의 스벤 슈베르트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일대일로(중국이 추진하는 신(新)실크로드 전략) 구상에 의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같은 요소도 위안화의 지배력 확대에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의 국제화 추진 노력도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싱가포르 은행인 DBS는 “중국과 미국이 계속 몸싸움을 벌이면서 기술계와 금융권에 긴장이 고조,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움직임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위안화는 국제 결제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사용되며, 중국 무역의 약 20%를 결제하는 데 사용된다.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구성된 동남아국가연합(ASA)은 현재 중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국가 간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DBS는 전했다.
슈베르트 애널리스트는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키우는 것도 위안화가 더 흔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한 가지 요인”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도, 도로, 해상 수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들 지역을 육·해상으로 연결해 거대 경제 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슈베르트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주도 덕분에 많은 나라가 경제 벨트로 연결됨에 따라 유라시아 지역과 아프리카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이는 위안화가 글로벌 무역 계약에 점점 더 많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손을 잡은 것도 위안화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중앙은행의 최근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의 비중을 2018년 2% 이상에서 2019년에는 14% 이상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미국 달러화 비중도 약 30%에서 9.7%로 줄였다. 슈베르트는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 결제에서 미국 달러의 점유율이 2020년 1분기에 처음으로 50%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슈베르트 애널리스트는 “경제적 중요성만이 통화가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다”라면서, 기술 패권을 위한 싸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술 전쟁이 군사적 지정학적 지배와 연계된 디지털 패권과 함께 게임의 규칙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기술 대결은 중국 중심의 인터넷 대 미국 중심의 인터넷으로 갈라졌다. 슈베르트는 “중국 중심 인터넷은 네트워크가 중국 기술과 더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더 많은 중국의 영향력을 주장할 것”이라며 “이것은 이 지역에서 위안화 사용에 대한 논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세계 무역 결제의 약 50%가 여전히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통용이 아무리 늘었어도 달러화 패권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IMF에서 중국 담당을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위안화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세계 금융 시장에서 지배적인 통화로서 달러화에 심각하게 필적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