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창석의 부동산 나침반] 저가 주택의 반란

입력 2020-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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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 상승세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최근 다세대ㆍ연립주택도 매매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다세대ㆍ연립주택 등 저가주택의 거래 건수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0.15% 상승을 기록했다.

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 속도도 고가 아파트에 비해 더 높아졌다. 고가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서울에서는 오히려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37로, 1년 전(4.62)보다 0.25 내려갔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 가격)을 하위 20% 평균(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가 아파트값이 12.9% 오른 1년 동안 저가 아파트값은 19.5% 상승한 것이다.

전셋값도 큰 폭의 상승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24일 기준)은 0.11% 상승했다. 61주 연속 상승 행진이다. 성북구(0.16%), 마포구(0.15%)를 비롯해 강남(0.16%)ㆍ송파(0.16%)ㆍ서초구(0.15%) 등지가 많이 올랐다. 전세 매물 감소폭은 강남보다 강북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양극화ㆍ차별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로는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서울의 강남보다는 강북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이후 전셋값이 횡보하는 동안 강남이나 한강변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작된 고가주택의 일방적인 상승 장세가 올해부터는 약화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강북이나 외곽지역 쪽으로 상승세가 전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 동안 약세를 보였던 저가주택의 상승세가 최근 들어 본격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전셋값 상승에서 찾을 수 있다. 2019년 하반기 이후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셋값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올 8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은 더 심화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의 눌러앉기가 본격화되자 시중에는 전세 물건이 씨가 말라버렸다. 또 지난달 11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조치는 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 저가주택의 매매가는 바로 밀려올라간다. 저가주택일수록 전세 매매가의 갭이 좁기 때문이다. 고가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밀려난 전세입자는 저가 지역의 전셋값을 밀어올릴 뿐아니라 새로운 매수세를 만들기도 한다.

청약가점제에서 소외된 30대 무주택자는 현재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 기대를 걸면서 무주택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인생을 걸고 ‘영끌’해서 서울의 이미 오를대로 오른 아파트를 구입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저가주택을 구입해서 안정을 찾을 것인지.

많은 전문가들은 청약이 해답이라고 하지만 필자의 의견으로는 청약은 오답이다. 지난 주에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증산2구역에서 청약가점 69점으로도 당첨이 되지 않았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이미 시행된 마당에 청약하기 좋은 물량은 앞으로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주택시장은 상승장이 진행될수록 중대형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작년부터 중대형 선호현상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비인기지역의 중대형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지금이 무주택자 비인기지역의 저가 중대형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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