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협 간 갈등, 정부·대전협 간 갈등으로…대전협, 당분간 강경기조 유지 가능성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립 등을 둘러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 갈등이 정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간 갈등으로 재전개되는 양상이다. 의협의 중심세력으로 초기 파업을 주도했던 개원의들은 2차 총파업 마지막 날인 29일 6.7%만 휴진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집단행동에서 발을 빼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전협의 진료거부 강행 결정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며, 전공의단체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다시 한번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이미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전공의·전임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신 정부는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1일부터 예정된 시험을 1주 순연하기로 했다.
앞서 대전협은 29일 임시전국대표자비상대책회의(대표자회의)를 열어 본인들도 서명에 참여했던 범 의료계 타협안을 안건으로 상정, 부결시켰다. 타협안에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의·정 협의체에서 원점부터 논의하고, 파업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파업 지속’ 결정이다.
단체행동 장기화로 여론이 악화하자 대전협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지도부는 강경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대전협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수련의·전공의들은 30일 별도의 입장문을 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국민 건강과 전공의 전체의 이익을 위해 파업을 중단하기를 원했으나, 회장 개인의 의견으로 해당 안을 (비대위가 아닌) 일선의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표자회의에 부쳤다”며 “의견 수합은 길어야 30분에서 3시간 안에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결국 대전협의 결정에 반발한 비대위원들은 비대위에서 집단 사퇴했다.
정부의 압박과 전공의들 간 불협화음에도 대전협 지도부는 강경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증 환자가 많이 이용하고 대체재가 많은 동네 의원들은 문을 닫아도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대학병원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 당장 수술 일정에 문제가 생긴다”며 “전공의들도 그걸 알기에 본인들이 이길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기에 해서는 안 될 방법까지 사용하면서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은 의협이 깔았지만, 이미 의약분업 때처럼 전공의들이 주도세력이 돼 있다”며 “전공의들의 이해관계도 의협과는 다르다. 공은 완전히 전공의들에게 넘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