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암 치료 위한 '튜불린 나노튜브' 단백질 세계 최초 개발

입력 2020-08-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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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왼쪽부터)김진주 박사과정, 이준철 박사과정, 전상용교수, 최명철 교수 (카이스트 제공)
▲항암제가 탑재된 TNT(튜불린 나노튜브)가 만들어지는 과정 (카이스트 제공)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와 생명과학과 공동연구팀이 항암제의 표적 단백질을 전달체로 이용하는 역발상 연구결과를 내놨다. 항암제를 이용한 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KAIST 김진주·이준철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전상용·최명철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8월 20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우리 몸속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들은 세포 한가운데에 정렬해 두 개의 딸세포로 나눠지는데 이 염색체들을 끌어당기는 끈이 바로 '미세소관(microtubule)'이다. 미세소관은 '튜불린(tubulin)' 단백질로 이뤄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이다.

염색체는 DNA와 단백질이 응축해 만드는 막대 형태의 구조체로, 생명체의 모든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다.

미세소관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약물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는 임상에서 다양한 암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암세포 미세소관에 결합해 앞서 언급한 끈 역할을 방해함으로써,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 결국 사멸을 유도한다.

튜불린 단백질에는 이 약물이 강하게 결합하는 고유의 결합 자리(binding site)가 여럿 존재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표적 물질인 튜불린 단백질을 약물 전달체로 사용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항암제가 탑재된TNT(튜불린 나노튜브)의 항암 및 혈관 형성 억제 작용 과정 (카이스트 제공)

공동연구팀은 '튜불린 나노 튜브(Tubulin-based NanoTube)', 약자로 TNT로 명명한 전달체를 개발하고 항암 효능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TNT라는 이름에는 암 치료를 위한 '폭발물'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는 TNT에 자발적으로 탑재된다. 약물 입장에서는 세포 내 미세소관에 결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항암제마다 적합한 전달체를 찾아야 했던 기존의 어려움을 해소해준다. 즉 TNT는 미세소관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약물을 탑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만능 전달체’인 셈이다.

연구진은 먼저 튜불린 단백질에 블록 혼성 중합체인 PEG-PLL(pegylated poly-L-lysine)을 섞어 기본적인 TNT 구조를 만들었다. 그 다음 도세탁셀(docetaxel), 라우리말라이드(laulimalide), 모노메틸아우리스타틴 E(monomethyl auristatin E) 3종의 약물이 TNT에 탑재됨을 보였다. 이 약물들은 실제 유방암, 두경부암, 위암, 방광암 등의 화학요법에 활용되고 있는 항암제들이다.

연구팀은 또 탑재되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에 따라 TNT의 구조가 변할뿐 아니라 약물 전달체로서의 물리·화학적 특성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TNT가 탑재하려는 약물에 맞춰 자발적으로 형태를 변형하는 ‘적응형 전달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약물 전달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TNT는 현재까지 개발됐거나 향후 개발예정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까지 운송할 수 있는 범용적인 전달체이며, 다양한 항암제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 전달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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