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유통구조 개선방안, 실효성 없다

입력 2008-11-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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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사인제 폐지는 '효과 미미', 대형마트 주유소는 '역효과'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 방안으로 폴사인제(상표표시제) 폐지와 대형마트 주유소 등 석유유통구조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해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주유소는 초기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대형할인마트와 정유사가 손잡고 석유유통시장에 뛰어든 계기만 만들어줬다는 지적이다.

3일 지식경제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 복수의 제품을 따라 팔거나 섞어 팔 수 있도록 폴사인제를 폐지한지 두 달이 넘었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의 제품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폴사인제 폐지를 시행했지만 소비자들의 주유소 이용 패턴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는 폴사인제 폐지로 인한 실질적 가격인하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폴사인제를 폐지한 것은 정유사간 경쟁을 통해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 그러나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배타적 공급계약 등으로 실질적으로 주유소 폴을 변경하거나 복수의 폴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사용해오던 할인카드나 포인트카드 활용이 어려운 것도 폴사인제 폐지에 따른 효과 확산을 막고 있는 주요한 원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은 "폴사인제 폐지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가 할인카드나 포인트카드를 통한 인하 효과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다"며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초 가격 인하 경쟁 확산과 석유유통구조 개선이 예상됐던 대형마트 주유소는 오히려 정유사의 독과점체제를 강화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대형 유통업체가 자체 상표를 갖고 정유사와 경쟁하기를 기대했지만 정작 유통업체들은 정유사와 손을 잡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 용인 구성점은 지난달 주유소 설립을 위한 터파기 공사를 시작하고 오는 12월 중순 완공과 함께 본격적인 주유소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마트 구성점의 주유소는 약 1200㎡ 면적에 양면 주유기 4대, 약 1000드럼(20만ℓ) 규모의 저장 능력을 갖추고 리터당 100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주유소 운영을 위해 자체 브랜드와 석유유통망을 구성하는 대신 SK에너지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주유소가 들어설 부지가 부족해 개별 구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 이마트 점포들의 부지 상황을 고려할 때 5~6개 주유소가 가능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주유소를 설립하지 않을 계획이며 특히 이마트 매장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독립된 주유소 사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형마트 주유소가 위치한 일부 특정지역에서만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뿐 전국적으로 효과가 확대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주유소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 이상의 효과를 얻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대형 할인마트의 마케팅 전략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당장 효과가 나오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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