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뿌린 헬리콥터 머니, 금융시장 몰린다…주식·채권·금 일제히 강세

입력 2020-07-2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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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 3월 저점 이후 50% 폭등·금값도 사상 최고치 접근…정부 재정정책·중앙은행 금융완화가 자산가격 상승 이끌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나스닥지수 추이. 빨간색·오른쪽: 10년물 금리(단위 %, 21일 0.6%)/파란색·왼쪽 나스닥지수(1만680.36).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대면서 금융자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증시는 연중 최저치를 찍었던 3월 저점 대비 50% 가까이 폭등하고 채권과 원유, 금 등에도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구분 없이 모든 금융자산이 랠리를 연출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전날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다우지수는 0.60%, S&P500지수는 0.17% 각각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81% 하락 마감했지만, 이는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나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 움직임을 보인 영향이다.

증시는 물론 채권시장에도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투자적격등급 채권 금리는 2.0%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국제 상품 선물시장에서는 경기에 민감한 원유와 구리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2.8% 급등한 배럴당 41.96달러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구리 가격은 현재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미국 국채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 현재 랠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가격은 1.5% 상승한 온스당 1843.90달러로 종가 기준 2011년 9월 이후 9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2011년 최고치인 온스당 1911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초만 해도 2%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0.6%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닛케이는 각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적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의 금융완화에 돈이 넘쳐나면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실물경기와 자산 가격에 괴리가 커서 투기적인 색채가 너무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전날 7500억 유로(약 1030조 원)에 달하는 경제회복기금 조성 방안에 합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부터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등 시장에 대량의 자금을 공급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민간 경제에 돌아가는 자금 규모를 의미하는 광의통화(M2)는 5월 말 총 4620조 엔(약 5경165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550조 엔 급증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이렇게 넘쳐나는 돈이 시장으로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는 2분기 570억 달러로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이 흘러들었다.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배 가까이 폭등했으며 아마존닷컴 주가도 코로나19 특수에 연초 대비 70% 이상 뛰었다.

시장에서는 이런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너무 커서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강력한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패트릭 레나인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와 같은 머니 주도의 자산가격 상승은 시장 과열 등 금융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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