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원 IT중소기업부 기자
그러다 문득 누군가의 말소리에 고개가 번쩍 들렸다.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임금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또, 수습 기간도 1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근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습 기간엔 최저임금도 20% 감액할 수 있게 해주시고요.”
중소기업계는 꾸준히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인 생산성이 내국인 대비 낮고, 수습 3개월로는 원하는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도 없단 게 이유다. 내·외국인 차별을 두자는 의도가 아니라, 생산성을 고려해 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도록 해 달란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크게 입은 중소기업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요구다. 어떻게든 비용은 줄이되, 효율은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소기업이 하는 얘기인 만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하는 것들이 있다. 혹시나 지켜져야 한단 걸 잊을까 봐 법으로 정하고, 협약까지 맺어 놓은 것들이. 내·외국인에게 차등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국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외국인 거주자들도 자국민 거주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한다. 국제연합(UN) 협약이나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도 이를 막고 있다.
기업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차등 임금을 지급하자고 나설 수는 없다. 비단 협약이나 법 때문만이 아니다. 이를 막아놓은 이유는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 자리에서 “협약을 고려하되 현장의 어려움을 달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