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낙폭 더욱 확대시킬수도
국내증시의 수난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전날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헤지물량 출회로 수급 여건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위기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의 가시화라는 우호적이지 못한 '마켓리스크'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 강화 및 프로그램의 유입과 청산에 따른 수급여건 불안 역시 주가에 악재로 작용, 주식시장의 체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증권사들의 ELS 헤지를 위한 선물 매도세가 프로그램 차익매도로 이어져 급락세를 보였다. 장초반 1500억원 이상 매수우위를 보였던 차익매수는 장후반 증권의 선물매도가 급증, 베이시스 급락에 따른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결과 차익거래는 954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장후반 지수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증권사들의 5000억원 이상 선물 순매도는 최근 5년간 가장 큰 규모라며 일단 지수형 ELS의 헤지용 물량이 일시에 청산되면서 선물 매도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현물시장에서 차익 매도물량을 지수가 버텨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수의 가파른 하락과 함께 ELS '녹인'(Knock In) 물량이 시장에 출회, 이는 지수 하락폭을 확대시키는 악순환 구도로 작용하고 있고 특정 지수대에 대규모 청산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등의 루머로 인해 ELS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취약한 투자심리를 보이는 주식시장에 자칫 부정적인 재료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극도로 얼어붙은 투자심리 위축에 따라 장세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에 따라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변동성은 재차 심리불안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단 ELS 헤지물량의 시장 출회와 관련해서는 하반기 모집된 ELS의 일부와 올해 상반기의 물량이 주 대상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모집규모는 12조, 올 상반기 대략 15조원의 자금 모집이 이뤄졌고 이중 지수형 ELS는 대략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금보장형 ELS와 국내증시에 영향을 주기 힘든 해외형 ELS 등을 제외하면 전날 헤지관련 대상 물량의 규모는 15조원 가량으로 파악된다"며 "기준가격과 하한 베리어 등을 감안한 현재까지 '녹인'진행률은 70% 정도로 추정되고 나머지 30%인 4조5000억원 정도의 ELS 물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피200 기준 하한 배리어는 최대 70%의 원금 보장한도를 적용할 경우 140포인트~160포인트"라며 "종목형 ELS의 경우 다소 편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 가격대에서 '녹인'에 자유로운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정도에 불과하며 여타 종목들의 경우 이미 '녹인'에 대한 물량 출회가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물매도로 베이시스가 1.0포인트 이하로 하락한다면 3000억원 이상 차익잔고 청산이 예상되므로 지수에 미치는 충격이 다소 있을 것"이라며 "ELS 헤지용 선물의 매도공세로 현물과 선물의 가격차를 의미하는 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프로그램 차익 매물이 시장에 추가적으로 쏟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정확한 헤지 관련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져 있지 않아 공포감이 큰 상황"이라며 "시장 체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적은 베이시스 차이에도 차익잔고 청산 욕구가 강해 매수 주체가 부재한 상황속에서 적은 거래량만으로도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