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도입 실적 '0'…정유사에서 물량 공급 받아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낮아지면서 국내 석유수입사들이 정유사로부터 직접 공급을 받아 시장에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석유대리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의 '월간석유수급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수입된 석유제품 총 물량은 1억5448만1000배럴로, 이중 석유수입사를 통해 수입된 석유제품 물량은 88만2000배럴에 그쳤다.
제품별로는 납사가 1억619만5000배럴로 가장 많았으며 액화석유가스(LPG) 4268만배럴, 벙커C유 510만7000배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석유수입사들의 주요 수입품목이라고 할 수 있는 실내등유와 경유는 25만6000배럴과 7만2600배럴을 각각 수입했을 뿐이다. 휘발유는 단 한방울로 수입하지 않았다.
지식경제부에 석유수출입사로 등록된 업체 수가 9월말 현재 90개사인 점을 감안하면 1개 업체당 평균 1만배럴도 수입하지 않은 것.
반면 석유수입사들이 올해 1~8월까지 국내 시장에 내다 판 석유제품 물량은 294만2000배럴로, 특히 단 한 방울도 수입되지 않은 휘발유도 같은 기간동안 상당수 판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석유수입사에 의해 수입된 석유제품보다 국내 시장에 유통된 물량이 3.3배나 높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제품을 수입해 판매할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면서 실제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도입하려는 석유수입사들이 없다"며 "결국은 정유사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석유대리점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석유수입사 한 관계자는 "석유수입 라인센스가 있지만 실제로 수입을 해 온지는 꽤 됐다"며 "국제석유제품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제품을 확보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석유수입사들이 수입에는 미온적이면서 내수 석유 시장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데는 등록 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시장 진입이 쉽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등록절차상 최소 1만㎘ 이상의 저장시설을 임차 또는 보유하고 있으면 석유수출입사로 등록할 수 있다"며 "개인이나 법인에 관계없이 요건만 갖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석유수입업을 활성화시켜 내수 시장 경쟁을 강화하겠다며 정부가 각종 수입업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지식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정부는 석유 수입 관세율 인하로 내수 석유 가격 인하의 압박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홍보했다"며 "그러나 휘발유는 단 한 방울도 수입되지 않고, 등유와 경유의 수입 점유율도 각각 2.1%와 0.3%에 불과해 관세 인하효과는 미미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