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증세 논의 필요"
KDI는 이날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되며 올해 0.2% 성장하는 데 그치고 2021년에는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3.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KDI 전망대로 0.2% 성장에 그치면 1998년 -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는 -2.0%로 전망했지만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둔화되면서 소비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3월까지는 상당히 안 좋았지만 4월부터 서서히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작년 기저효과 등에도 코로나19로 0.9% 성장에 그치고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으로 개선돼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3년 만에 증가 전환이다.
수출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당분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내다가 하반기부터 상품 수출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봤다. 올해 수출증가율은 -15.9%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를 보인 2019년 -10.3%보다 더 악화되고 수출금액도 5000억 달러를 하회(4725억 달러)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2018년 사상 처음으로 6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업률은 3.9%로 전년(3.8%)과 비슷하지만, 취업자 수는 0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규철 실장은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충격을 정부정책이 부분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재정정책과 관련해 세입경정을 위한 3차 추경은 필요하지만, 복지정책같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는 성격의 지출 증가는 면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통화정책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국채 매입을 비롯한 양적 완화를 적극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규철 실장은 내년 성장률 전망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올해 0.2%, 내년 3.9%를 합치면 4.1%인데 그러면 2년간 연평균 2% 정도밖에 성장을 못 하는 것"이라며 "우리 잠재성장률을 2.4% 정도로 추정한다면 내년에도 그 경로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이날 '증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실장은 "재정 지출 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하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