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 노리나

입력 2020-05-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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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잠정 연기하면서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실적이 이번 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달 30일 HDC현산은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ㆍ변경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달 1조7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밝혔지만 HDC현산이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사실상 포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 이후 HDC현신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하락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인수전은 이미 이상기류가 여러차례 감지됐다. HDC현산은 지난달 초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한 데 이어 회사채 발행 계획도 중단했다. 당초 이 자금으로 산은과 수은 차입금 1조1700억 원 정도를 갚을 예정이었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발표가 현산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654억 원의 영업손실과 함께 당기순손실도 1960억 원에서 7467억 원으로 1년 새 3배가 늘었다. 부채비율도 1386%까지 치솟은 데다 1분기 영업손실 추정치가 최고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 연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942억 원에 불과한데 반해 매달 2000~3000억 원 가량 리스료와 주기료(항공기 주차료) 등 고정비를 지출하고 있어 1분기에 일부 자본잠식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하는데 HDC현산 측이 이 시점에 맞춰 매각 일정과 조건의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IB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금호산업과 대주주 일가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여건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나쁠 경우 조건 변경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산은과 대주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파기까지 생각할 수 있다”며 “계약금 반환소송을 하면 손해가 크지 않은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중단이 아니라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행조건 중 하나인 공정거래위원회 및 경쟁당국의 본건 거래에 대한 기업결합승인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했고, 이제 러시아의 승인만 남은 상황이다.

구주와 신주의 주식 취득일 역시 날짜를 따로 특정하지 않고 유상증자 등 선행조건이 모두 중촉되면 계약을 클로징(종료)하겠다고 공시한 부분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시기를 못박지 않았지만 거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IB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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