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펀더멘탈 악화시 신용 공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국내 신용시장의 지나친 은행 편중화 현상이 상대적으로 회사채 시장의 위축을 가져 왔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굿모닝신한증권은 14일 '변곡점에 선 회사채 시장'이라는 크레딧 이슈리포트를 통해 현재 국내 단기금융 시장에서 시작된 자금경색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회사채 발행이 현저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에 편중된 신용시장의 구조 개선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자칫 신용 공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재 국내 회사채 시장은 발행과 유통시장 모두 얼어붙은 가운데 투매가 등장하고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인해 회사채 투자자들이 곤경에 처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과 이로 인해 회사채 시장을 옥죄던 시중 은행권의 신용 이슈로부터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국내 신용시장은 경제 규모와 발전 단계에 비해 지나치게 은행 의존적으로 변했고 이는 최근 수년간 은행의 성장과 더불어 더욱 심화됐다"며 "신용 시장의 은행 편중은 회사채 시장의 상대적 위축을 불러왔고 만약 시중 은행들이 주도하는 신용순환에 장애가 생겼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 현재 이러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국내 금융시장이 겪고 있는 상황은 단순한 신용 경색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되며 은행과 회사채 및 CP 시장이 서로 얽혀 동시에 기능을 잃는 '금융 교착' 가능성 마저 엿보인다"며 "이는 서로 다른 신용 시장간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차별화와 균형 발전을 이루지 못한채 신용 공급이라는 양적인 측면에만 매진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발행 비용과 소요 시간, 절차의 번거로움 등에서 은행 대출이나 CP보다 불리한 신용 상품이지만 회사채 시장은 대규모 장기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채 시장은 다른 신용 시장보다 훨씬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함에도 효율과 관행을 속 오늘날 위기를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은행 이슈와 관련해 최근 몇년간 은행 성장의 핵심 축을 담당했던 건설부동산 산업의 부실화 가능성으로 인해 시중 은행들의 펀더멘탈이 약화될 경우 신용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그는 "은행의 경우 지난 몇년간의 성장을 통해 예수금보다 대출자산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은행채 발행 급증과 은행과 자본시장간 동조화로 인해 자금조달 구조의 변화를 이어져 신용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회사채 시장을 홀대하고 무리하게 단기자금에 과잉 의존하던 기업들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은행의 펀더멘탈 약화는 은행의 대출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중소기업 신용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채 스프레드 확대는 신용 이슈의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스프레드의 전면적인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S&P 역시 국내 은행의 신용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는 상황이며 국제 금융시장의 CDS 스프레드가 완전히 꼬인 것도 이러한 국내 은행의 신용도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따라서 신용 스프레드 확대와 발행기업의 양호한 펀더멘탈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리스크와 유동성 압박에 대한 부담으로 회사채 투자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존 은행 중심의 신용공급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 속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는 만큼 장기자금 조달이 가능한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과제는 회사채 펀드의 활성화"라며 "펀드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투자 가이드라인을 합리화, 연기금과 서민 금융회사의 회사채 펀드 투자 활성화 유도 및 금융종합소득의 분리과세 적용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