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
소득이 높아질수록 개인이 체감하는 소득수준과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는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거집단 이동으로 높아진 ‘눈높이’를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 실태조사(정해식 소득보장정책연구실 공적연금연구센터장)’ 결과에 따르면, 균등화 월평균 가구소득(가구소득/가구원 수)이 500만 원 이상인 응답자 중 본인이 중상층 이상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16.58%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5월 8일부터 6월 13일까지 전국 19~80세 성인 50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진은 가구소득을 ‘주관적 소득계층’과 ‘균등화 월평균 가구소득’으로 구분했다. 각각 하층, 중하층, 중간층, 중상층, 상층(소득계층), 200만 원 미만, 200만 원대, 300만 원대, 400만 원대, 500만 원 이상(가구소득) 5단계다. 단계별로 짝을 지으면 200만 원 미만은 하층, 200만 원대는 중하층, 300만 원대는 중간층, 400만 원대는 중상층, 500만 원 이상은 상층이 된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이와 상이하다.
구간별로 균등화 월평균 가구소득 200만 원 미만은 본인이 하층이라는 답변이 18.16%에 불과했다. 중하층, 중간층이라는 응답은 각각 46.06%, 31.93%나 됐다. 200만 원대는 39.35%가 중하층, 49.36%는 중간층이라 답했으며 300만 원대는 중간층 응답이 62.67%로 가장 많았다. 전반적으로 400만 원 미만에선 객관적인 소득에 비해 주관적인 소득계층이 높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구소득이 높은 계층은 주관적인 소득계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400만 원대, 500만 원 이상 응답자의 각각 73.59%, 62.39%는 본인을 중간층이라고 인식했다. 500만 원 이상에서 본인이 중상층, 상층이라는 응답은 각각 13.31%, 3.27%에 불과했다. 균등화 가구소득은 가구소득을 개인소득으로 환산한 값이다. 4인 가구 가구원의 균등화 가구소득이 500만 원이라면, 해당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0만 원이 넘는다.
정해식 센터장은 “객관적 소득이 높아져도 커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주관적 소득계층은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균등화 월평균 가구소득이 500만 원이라면 1000만 원 이상인 사람과도 동일집단이 돼, 해당 집단에선 상대적인 소득수준이 낮게 인식되는 것이다.
아울러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미디어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는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언론과 인터넷을 ‘신뢰한다(‘대체로 신뢰한다’, ‘전적으로 신뢰한다’ 합계)’는 응답은 40.50%, 37.85%에 불과했고, 사법·행정·입법 등 삼부(三府)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1.69%, 42.13%, 23.83%에 머물렀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가 21.75%로 특히 낮았다.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에 대한 신뢰도 각각 21.45%, 23.06%, 12.51%에 머물렀다. 경찰·검찰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39.09%가 신뢰했으나,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응답자는 19.11%만 신뢰한다고 답했다.
정 센터장은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은 건 국가기관을 불신한다기보단, 요구하는 기준선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