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가장 첨예한 쟁점은 지원대상 범위 문제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7조6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은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토대로 마련됐다. 여기에서 지원 대상을 ‘전체 가구’로 확대하고, 추가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추경 규모를 늘리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방침에는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정부가 공통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재부 간부들을 향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 (소득 하위) 70%는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기준이 유지되도록 최대한 설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통합당을 겨냥, 총선 과정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며 압박했다. 통합당을 설득해 정치권에서 여야 합의가 도출되면 기재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지난 선거 과정에서 국민 모두에게 가장 빠르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있었다”며 "(통합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민주당은 황교안 전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전국민 지급’을 약속한 점을 환기하며 통합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통합당이 재난지원금에 대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말 뒤집기를 하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며 “불필요한 논쟁은 최소화하고 늦어도 4월 중 처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정부가 민주당의 ‘전 국민 지급’ 방침에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들어 ‘먼저 당정이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같은 편에서 여당에 대립 구도를 만들어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포석이다. 국회 예결위원장이자 통합당 정책위의장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 측도 설득하지 못하는 여당이 지금 정부 예산안을 반대하고 나선 꼴로, 저희는 정부의 예산안을 통과시켜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선거 당시 ‘전 국민 지급’을 약속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황 전 대표 공약 발표 당시엔 예산 항목을 조정해 100조 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면 그중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씩 주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현재 예산 중 100조 원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통합당은 사실상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 내용 협상은 물론 추경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일정 협의조차도 진행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2차 추경 처리가 21개 국회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관례상 5월 중순에는 당선자들을 위해 국회의원실 등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시간표가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