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2월 기준 최저치…생산손실 만회 위한 '재난대응 특별조치법' 촉구
지난 2월 국내 완성차 총 생산이 20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본격적인 생산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 52시간제의 한시적 유예가 절실하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중론이다.
25일 현대ㆍ기아차와 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총생산은 18만9235대에 그쳤다. 2월 기준으로 1999년의 16만9518대 이후 가장 낮은 생산량이다.
완성차 업계에선 1월과 2월이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이변이 없는 한 4분기 판매가 가장 많고, 2분기→3분기→1분기 순서다.
4분기는 상대적으로 연식변경을 우려해 소비심리가 위축된다. 이를 만회하고 재고율을 조절하기 위해 4분기에는 대대적인 할인이 잇따른다. 이밖에 디자인을 개선하고 편의 장비를 늘린 이른바 '연식변경 모델'도 연말에 쏟아지며 구입을 부추긴다.
산업수요가 연말에 몰리는 탓에 이듬해 1분기는 1년 중 판매가 가장 저조하다. 1월 또는 2월에 '설 명절'이 끼면서 상대적으로 조업 및 판매일수도 불리하다.
이를 고려해도 올해 2월 국내 완성차 생산 감소는 이례적으로 폭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국발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공장별로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 이상 휴업에 나서기도 했다.
2월 완성차 생산은 2006년(30만6271대)에 처음으로 3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2012년에는 42만1789대를 기록하면서 2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까지 꾸준히 30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내수와 수출물량을 쏟아냈다.
반면, 2018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수출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산차 메이커는 수출 부진을 내수 확대로 만회하면서 이 기간 내수판매가 소폭 증가하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 생산 하락은 막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중국산 부품수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국내 완성차 공장 전체가 불가피하게 가동을 중단했다.
조업일수 하루 이틀에 따라 전년 대비 생산 실적이 좌우되는 판국이다. 그런데 길게는 열흘 이상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생산량도 2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셈이다.
3월 들어 본격적으로 가동이 재개됐으나 이번에는 주 52시간에 발목이 잡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 52시간제의 한시적 유예’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주 40시간 근무체제인 완성차 생산 공장 가동을 최대 60시간까지 한시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노동조합과 협상 중이다.
노사가 합의한다 해도 법적 절차가 남아있다. 사 측은 주 52시간 이상 근로가 가능한 특별연장근로를 고용부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성도 입증해야 한다.
생산손실 만회를 위해 한시가 부족한 가운데 넘어야 할 산이 겹겹이 쌓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련법의 한시적 유예를 적극 촉구하고 나섰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이날 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26개 기관이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영향 및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한정된 기간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고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요 폭증기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며 ‘재난대응 특별노동조치법’ 제정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