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공시가 상승에 보유세 '껑충'… '집값 연쇄 하락' 우려 커져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는 대전 집값을 이끄는 ‘대장주’ 아파트로 꼽힌다. 둔산 신도심 한가운데 있는 데다 학원가와도 가까운 덕분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크로바아파트 전용면적 164㎡형의 예정 공시가격으로 11억5500만 원을 매겼다. 1년 전(7억3000만 원)보다 58.2% 올랐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이 시세 상승률(56.5%)까지 제쳤다.
공시가격에 따라 매겨지는 아파트 보유세(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증가율은 더 가파르다. 지난해 195만 원가량이던 크로바아파트 전용 164㎡형 보유세는 올해 453만 원으로 늘 것으로 추산된다.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으면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 게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늘렸다.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 여파가 '대대광'(대구·대전·광주시)와 부산 등 지방 대도시까지 미치고 있다. 지역 집값을 견인하는 고가 아파트가 핵심 타깃이다. 지난해 달아올랐던 지방 주택시장이 뒷걸음질치기 시작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상황도 대전 크로바아파트와 비슷하다. 이 아파트 전용 131㎡형 공시가격은 지난해 6억600만 원에서 올해 8억8300만 원으로 45.7% 상향될 예정이다. 이대로면 이 아파트 소유자의 보유세는 68.8%(149만 원→252만 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익비치타운은 부산 재건축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대어(大魚)로 꼽힌다.
대구 아파트시장에서 대장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선 전용 129㎡형 공시가격이 9억4900만 원으로 오른다. 지난해(8억8800만 원)보다 466.9% 상승했다. 올해부터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 이 아파트 예상 보유세는 296만 원. 지난해(254만 원)보다 16.4% 늘어난다.
국토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면서 서울은 물론 지방 고가 아파트까지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집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을 올려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부동산 관련 조세의 형평성을 확립하겠다는 게 명분이었다.
지방 ‘대장아파트’의 공시가격 변동률이 지역 평균 변동률과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평균 공시가격은 0.01% 떨어졌지만, 대장아파트들이 몰린 시세 9억~12억 원, 12억~15억 원대 구간에선 오히려 각각 3.5%, 3.0% 상승했다. 평균 공시가격이 0.1% 오른 부산에서도 시세 9억~12억 원, 12억~15억 원대 아파트들을 놓고 보면 공시가격이 각기 19.6%, 15.1% 뛰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지역 대장아파트를 노린 ‘공시가격 핀셋 인상’을 집값 상승세는 누르면서도 직접적인 조세 저항은 최소화하려는 정부 포석으로 해석한다. 지역에선 보유세 부담에 대장아파트 매맷값이 떨어지면 중ㆍ저가 아파트로 가격 하락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고도 본다.
서용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시지부장은 “대전의 경우 연초부터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 흐름이 이어지면 가격 하락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해서 확산하면 집값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 부동산시장도 함께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일반적으로 보유세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지금은 다르게 봐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실물 경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 증가는 집값 하락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특히 보유세 부담 여력이 적은 고령 1주택자 가운데선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집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갈아타는, 즉 주택을 ‘다운사이징’하려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