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4.75%나 급등했다. 지난해(14.01%)보다 높고, 2007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공시가 9억 원 이상 아파트도 9만 가구 이상 늘었다. 올해 또다시 ‘보유세 폭탄’이 불가피하다.
국토교통부는 18일 전국 공동주택의 예정 공시가격을 발표하고, 19일부터 열람에 들어갔다. 주택 소유자 의견 청취 및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29일 공시가를 결정·고시한다. 서울과 대전이 전국 평균상승률 5.99%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서울은 강남(25.57%), 서초(22.57%), 송파(18.45%), 양천(18.36%) 지역이 특히 많이 올랐고, 마포·용산·성동구 등도 10% 이상 높아졌다.
종부세를 내는 9억 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 상승률이 21.15%에 이른다. 종부세 대상은 전국에서 30만9361가구로 작년보다 9만1237가구(41.8%) 늘었다. 서울에서만 작년 20만3174가구에서 올해 28만842가구로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252만7800여 가구 중 11.1%다. 공시가가 오른 데다, 올해 과세표준을 구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높아져 9억 원 이상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전년보다 40∼50%나 커지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보유세 폭탄이 가져올 부작용이 문제다. 서울에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 상당수가 종부세 부과대상이다. 별 소득이 없는 은퇴생활자들도 수백만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가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책정, 기초연금 등 복지수급, 각종 부담금 산정의 기준이다. 공시가가 적용되는 행정목적은 60개가 넘는다. 국민생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게 크다.
지금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가 마비됐고, 한국 또한 금융과 실물경제가 함께 무너지는 최악의 복합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비상경제회의까지 가동하면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과 함께 경기부양을 위한 돈풀기에 나서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한 푼이라도 가계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세계 각국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긴 하다. 그러나 정부의 급격한 공시가 인상은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늘려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세금 중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오르기만 하던 부동산가격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세금정책으로는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경제와 민생의 절박한 위기에, 전 국민들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세금폭탄을 안기겠다는 국토부의 상황인식 수준이 정말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