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심각하지만 재정건전성 우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1조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을 발표했다. 세출 기준으로 8조5000억 원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추경 당시 4조 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정부 재정 적자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지고 국가채무도 역대 처음으로 40%대를 넘어서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 발표로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예산안(71조5000억 원) 대비 10조5000억 원이 늘어난 8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3.5%에서 -4.1%로 0.6%포인트(P) 악화돼 1998년 -4.7%를 기록한 이후 22년 만에 가장 국가재정이 나빠지는 셈이다. 정부는 1998년 이후 관리재정수지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6%를 기록한 것을 빼면 1~2%대로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 2019년에도 37조6000억 원 적자로 GDP 대비 -1.9%에 그쳤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 주로 쓰인다.
국가채무도 805조2000억 원에서 815조5000억 원으로 10조3000억 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는 41.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는 2019년 본예산(740조8000억 원) 기준으로 GDP 대비 37.1%, 추경(731조5000억 원) 기준으로 37.2%였고 올해는 본예산 기준으로 39.8%였다. 그동안 재정당국은 확장재정의 마지노선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40%, 관리재정수지 -3.0%를 제시했지만 모두 무너진 것이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난해 쓰고 남은 결산잉여금 7000억 원, 기금 여유자금 7000억 원을 우선 활용하고 부족한 10조3000억 원은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난다. 앞서 올해 예산안에서는 정부가 40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 등이 크게 줄면서 소득세와 법인세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최악의 경우 적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곧장 국가신용등급 하루 우려로 이어진다. 국가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앞서 지난달 1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AA-,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가 단기 재정확대를 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같은 국가신용등급 국가들의 중간값 39.5%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추경으로 그 격차가 더 커졌다.
피치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확장 재정에 따른 생산성·성장률 제고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했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전에 열린 추경 브리핑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금의 경제 비상시국을 돌파해 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며 “중장기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도 한층 강화하고 세입 기반 확충 노력과 함께 관행적으로 지원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재정의 역할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러 가지 방역문제, 피해극복지원 문제, 또 경기를 최소한 떠받쳐야 하는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적자 국채에 대한 기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도 “소비쿠폰은 주로 쓰는 게 3~6월 4개월 동안 써야 한다”며 “한시적으로 지원했다가 빠지기 때문에 이게 지속해서 계속 가는 것 같으면 재정에 엄청나게 부담이 있을 수도 있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