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곤 정치경제부 기자
앞서 유럽에서는 1400년대부터 300여 년 동안 30만~50만 명이 마녀사냥으로 처형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종교전쟁과 대기근, 흑사병에 가축 전염병까지 겹치자 이 같은 불안을 줄이기 위해 마녀사냥이 사용됐다. 마녀는 불합리한 공포와 분노를 받을 대상으로 가장 적합했다. 1337년부터 1453년까지 영국과 프랑스가 치른 백년전쟁 당시, 연패하던 프랑스를 구한 소녀 영웅 잔 다르크도 마녀사냥을 피하지 못하고 화형당했다. 그만큼 군중들이 가진 불안과 불신의 힘은 강했다.
하지만 마녀사냥이 전염병 확산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을 악마와 연결했고, 자연스레 이들과 접촉을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환자의 주변 사람들도 파악해 감염 경로를 알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당사자를 죽임으로써 질병의 확산도 일시적으로 늦출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친 한국 사회도 마녀사냥으로 전염병을 줄이자는 분위기다. 막연한 불안과 공포는 코로나19를 마녀보다 무서운 존재로 만들었다.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확진자 동선 공개는 해당 업소를 죽이는 재판 판결이 되고, 혐중국, 혐대구와 같은 희생양 몰이가 곳곳에서 떠돈다.
지금은 21세기다. 철저한 방역과 대응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 집단 히스테리 상황이 연출돼서는 안 된다. 마녀를 찾아낼 시간에 내 손을 한 번 더 씻고,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면역력을 높이자. 세상에 마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