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의 허가 없이 여행 금지 국가 방문자를 형사처벌하는 여권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에서 긴급구호 아동보호 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A 씨가 여권법 제26조 제3호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방문과 체류가 금지된 국가나 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A 씨는 2016년 9월 이라크 지역 파견을 지시받고 이에 대한 여권 사용제한 또는 방문·체류 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이후 A 씨는 '이라크 시리아 난민 긴급구호 인도적 지원' 활동을 수행한다며 예외적 여권 사용 등 허가 신청을 했다.
외교부는 A 씨가 속한 국제 비정부기구가 국제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허가 신청을 반려했고, 이에 A 씨는 해당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위급하고 곤란한 상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를 예방하는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여행 금지 국가를 방문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도록 해 이를 사전에 막는 것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다"고 밝혔다.
이어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나라 국민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억류 도중에 2명이 살해당하고, 나머지 21명은 42일 만에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당시에도 국외 위급 상황을 알리는 제도가 있었지만, 예방할 수 없어 여권법에 처벌 조항을 도입해 실효성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국외 위급 상황은 개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도 중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여행 자유를 일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제한 없이 인정한 결과 외교적 분쟁, 재난이나 감염병의 확산 등 국가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