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하이브, 사람 이렇게 담그는구나…날 살린 건 뉴진스"

입력 2024-04-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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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경영권 탈취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가요 기획사 하이브와 경영권 탈취 의혹을 두고 갈등 중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기자회견에 이어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민 대표는 2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너무 당황스러웠기 때문에 첫날은 멍했다"며 "기자회견은 제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였다. 어떤 목적이나 어떤 프레임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어떤 권력의 힘, 이런 게 말로만 듣던 게 아니라 실제로 제가 겪으니까 너무 무서웠다"고 전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민 대표는 "속된 말로 ‘한 사람을 담그려면 이렇게 담그는구나’ 싶었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며 "여러가지를 배웠다. 죄가 없다 하더라도 누구든 어떤 각도기를 가지고 보기 시작하면 사실 뭐 하나가 안 나올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주장한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에 대해서는 "모든 대화는 콘텍스트(맥락)가 너무 중요하다. 내가 어떤 기분에서 얘기했는지, 어떤 상황에서 얘기했는지 이런 것들이 다 배제돼 있는 일면"이라며 "상상이 죄가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다. 제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하이브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저 혼자 지분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실 회사 운영과 인수합병(M&A), 투자 등은 완전히 다른 분야다. 저는 여기 문외한"이라며 "그런 거로 이야기를 짜깁기해서 모는 게 너무 이상하다.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의도가 너무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어긋난 결정적인 계기로 그룹 뉴진스의 데뷔 일정을 꼽았다. 그는 "당초 우리(뉴진스)가 '하이브 첫 번째 걸그룹'이라는 타이틀로 나오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일정이 일방적인 통보로 변경됐다. 물론 하이브도 이해해 주고 막 이런 것들이 서로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몇 년을 끌고 왔던 약속이 깨지는 데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서운함이 아주 컸고, 서운함을 넘어서 도의가 아니라는 제 기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BTS)이 나를 베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런 언급을 하고 싶지 않다. 내 취지를 어떻게 알고 그렇게 말한지 모르겠다”면서 “그렇게 말한 적도 없다”고 못박았다.

어도어가 공식 입장을 내고 지적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대해선 "2000년대 초반 Y2K 감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그룹인데 이게 어떻게 뉴진스만의 고유한 거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논점이 다르다. 동시대 문화의 특징, 아주 다양한 소스들이 있잖나. 이런 것들을 자기 개성으로 어떻게 콜라주하고, 어떻게 맞춰나가는지가 (중요해서) 무조건 '내 거'라고 하기 어렵다"면서 "(뉴진스의 콘셉트가) 기성화 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 기성화 되는 포인트의 밀도, '조금 선을 넘었네'라고 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이 이의 제기가 꼭 우리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나를 망가뜨리려고 그러는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유는 모른다. 사람이 싫을 수도 있고”라면서 “대중 앞에서의 분쟁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왜 여론 심판을 받아야 하나. 참과 진실은 당사자들만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컴백을 앞둔 뉴진스에 대한 걱정과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 대표는 “오늘 첫 번째 콘텐츠가 나오는 날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게 제일 이해가 안됐다”면서 “'내가 죽어야 하나' 생각했을 때 뉴진스 멤버들이 귀신같이 영상 통화를 하더라. 이게 위로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애들이 울고 사랑한다고 얘기하는데 그 순간에는 너무 와닿아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비껴가더라. 애들이 날 살렸나. 그래서 더 애틋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이브는 22일 민 대표 등 어도어의 일부 경영진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25일에는 민 대표 주도로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과 물증을 확보했다며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 또 업무상 배임 혐의로 민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제출했다.

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해 “(하이브가) 마녀 프레임을 씌웠다”, “희대의 촌극 같다” 등 격한 반응을 보이며 결백을 토로했다.

이후 하이브는 공식 입장을 내고 “오늘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이미 경영자로서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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