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CEO 교체된 것…아이거, 대형 M&A·스트리밍 서비스 도입으로 변화 주도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날 아이거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밥 차펙 테마파크 부문 회장이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차펙은 이날부터 바로 CEO 직무를 수행한다. 아이거는 회사를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집행회장에 있으면서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공헌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아이거 은퇴가 계속 연기됐는데 이날 인사로 디즈니 CEO 승계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 갑자기 해소됐다.
아이거는 디즈니가 지난해 영화 역사상 기록적인 박스오피스 수입을 올리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도 성공적으로 출시해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현역에서 물러나게 됐다.
디즈니 주가는 최근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우려로 주춤하기 전까지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였다. 아이거의 전격적인 퇴임 소식에 이날 디즈니 주가는 전일 대비 3.6% 급락한 128.19달러로 마감했다.
아이거는 지난 2005년 전임자인 마이클 아이스너의 뒤를 이어 디즈니 CEO로 취임했다.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켜 디즈니를 굴지의 미디어 제국으로 키웠다. ‘토이스토리’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와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필름, 어벤져스 시리즈로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는 마블스튜디오 등을 인수, 단순히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을 키운 것이 아니라 ‘미키마우스’ 등 어린이들에 집중됐던 디즈니 지식재산권을 단번에 다양화했다.
지난해 3월에는 710억 달러(약 81조 원) 규모의 폭스 엔터테인먼트 사업 인수를 마무리해 유서 깊은 21세기폭스도 손에 넣게 됐다.
아울러 아이거는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을 넘어서 디지털 부문으로의 진출을 수년에 걸쳐 준비한 끝에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대항마인 디즈니+를 론칭했다. 디즈니+는 출시 3개월 만에 사용자가 2860만 명에 이르렀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폐쇄 등 코로나19 영향을 줄이는 것이 차펙 신임 CEO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의 새로운 경쟁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 이 부문 역량도 계속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