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 고조...IMF, ‘채무 재조정’ 요청하며 한발 후퇴

입력 2020-02-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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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의원들이 외채 구조조정 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채무를 갚지 말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현실화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발 물러섰다.

1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IMF는 이날 “아르헨티나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민간 채권자들의 의미 있는 기여가 요구된다”며 채무 재조정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IMF가 채무 재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12일부터 아르헨티나 정부와 채무 재조정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여온 IMF가 그동안의 강경노선에서 일보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IMF는 “아르헨티나 채무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도 “부채 탕감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아르헨티나 부채가 감당 가능하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IMF의 입장 후퇴는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이 과거보다 더 악화해 디폴트가 현실화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우려로 현재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은 폭락했고 페소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농업·원자재 수출 중심 구조 탓에 아르헨티나 경제는 원자재 값과 환율 변동에 취약하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전년 대비 1.5% 감소해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경상 수지 모두 적자인 데다 최근에는 물가가 50% 이상 오르며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지난해 12월 정권 탈환에 성공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갚고 싶어도 갚을 수가 없다”면서 “나라가 성장해서 경제난을 해결한 후에 빚을 갚는 것이 순서”라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채무 탕감과 상환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를 포함해 해외 채권단에 진 나랏빚 총 3110억 달러(약 372조4000억 원) 중 57%에 해당하는 1950억 달러 규모 외채에 대해 채무 재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IMF가 아르헨티나에 빌려준 돈은 441억 달러다.

지난 11일 아르헨티나는 성명을 내고 “지난 2018년 7월 발행된 페소화 표시 채권 AF20의 원금 상환을 오는 14일에서 9월 30일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IMF 측 협상단이 도착하기 하루 전, 채무 재조정 협상을 두고 벼랑 끝 전술을 편 것이다.

안 그래도 산더미 같은 빚을 두고 경제 살리기 명분으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펴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못마땅하지만 디폴트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는 IMF가 딜레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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