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내 증시 불안정성이 높아진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관련 테마주 중심으로 손바뀜 역시 잦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는 10조8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10조 원을 돌파한 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다 30일(10조1069억 원)로 최근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의미한다.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한다. 통상 향후 상승장이 예상될 때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나곤 한다. 시장 불안으로 위험 선호도가 줄면, 잔고 역시 감소세를 보인다.
특이점은 최근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연일 약세장을 보였음에도 신용거래융자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는 2일 마감 기준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17일과 비교해 5.85% 하락했다.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28일에는 3.09% 급락했다. 28일은 국내 신용거래 융자잔고가 10조 원을 넘어선 날이다.
신종 코로나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테마주 중심으로 신용거래에 기반한 단타매매를 이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기준 코스닥 내 회전율 상위기업으로는 한송네오텍(232.04%), 랩지노믹스(179.09%), 고려제약(124.11%), 웰크론(112.09%) 등 이른바 신종 코로나 테마주들이 이름을 올렸다.
주식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측정할 수 있다. 당일 회전율이 높을수록 주식을 단기간에 사고팔아 주주가 교체되는 손바뀜이 잦은 것으로 해석한다.
거래가 늘어난 만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역시 크게 늘었다. 31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140억7600만 원을 기록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5.6% 수준으로 전일 대비 1.5%p 줄었지만,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 자체가 급증하면서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해 10월 2일(148억3600만원)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진 후,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사태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은 시장 충격 이후에는 시장 안정화, 주가 상승이 이어진다는 경험을 축적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역시 단기간 조정이 지난 후 진정세에 진입할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