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한 폐렴’에 산업계 ‘초비상’…위기복합대응 총력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우한 폐렴’에 걸린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0일(현지시간) 의료진이 박스를 나르고 있다. 우한/로이터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 피해를 막기 위해 총력 대응 체제 가동에 나섰다.

임직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보호 조치 정도만 취해오던 기업들은 전염 속도가 빨라지자 비상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업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 주재원(가족) 철수와 공장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사업장이 있는 현대ㆍ기아자동차,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TF’를 설치하고 시나리오ㆍ위험단계별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사업장 방역에 주력하던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기세가 거세지자 현지 주재원 또는 가족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현지 주재원 가족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29일까지 귀국하는 주재원 가족은 회사 방침에 따라 일차적으로 내달 17일까지 약 3주간 한국에 체류하고 사태 추이에 따라 체류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우한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SK종합화학은 파견된 10명의 주재원 중 9명을 불러들였다. 현재 현지에 남아있는 총책임자는 임원 1명은 이달 말 편성된 전세기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10일간 재택근무를 진행하며 향후 최종 건강 상태 점검 후 출근 여부를 결정한다.

LG상사 역시 중국 주재원의 가족 모두를 국내로 복귀시키기로 했으며, 포스코도 우한에 있는 주재원 두 명에 대해 철수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과 운영에서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춘절에 맞춰 공장 가동률을 낮춰놓은 포스코, 한화 등의 기업들은 춘절 연휴 연장에 따라 내달 2일까지 가동률을 유지할 방침이다.

중국 현지공장을 둔 대기업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이 춘절에 따라 조정돼있는 부분이 있는데 춘절이 연기되면서 공장 가동 역시 이에 맞추고 있다”면서 “향후 중국 지방정부의 지침에 따라 맞춰서 공장 운영도 조정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들은 출근 인원을 최소화하고 열화상 카메라 설치, 소독제 비치 등 방역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사업장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감염 방지 키트를 지급하고 밀집 장소에서의 단체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또 공장 내부를 매일 방역하고 있으며 관련 의료설비를 추가 확보했다.

안전용품을 사업장별로 구비한 한화그룹은 중국 내 인원은 발병지역으로 이동을 자제하고 증상 유무에 대해 개별 전수 확인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 직원 뿐만 아니라 국내 직원들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가동했다.

SK그룹은 서린빌딩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체온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GS칼텍스 역시 ‘사내 감염병 비상대책반’을 운영하며 사업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출입자를 관리하고, 해외출장 최소화 및 해외법인 근무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 등 다른 대기업들도 국내 사업장 내 관련장비를 설치했거나 할 계획이다.

한화 등은 발병 지역 방문하거나 증상이 의심되면 잠복기 동안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출장도 금지됐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당분간 중국 지역 출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폐렴 발생 국가 출장자는 사전·사후 신고 및 복귀 후 발열 등 증상 여부 확인 등을 해야 한다는 절차를 수립했다.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도 중국 출장 자제령을 내렸으며, SK하이닉스는 후베이성 지역 출장을 금지했다. 현대차 역시 사태 악화에 따라 중국 출장 제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공장 가동이 제한적인 상황이 되면서 생산 차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 우려로 국제유가를 포함해, 주요 원자재 등 가격이 들썩이면서 변동성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도 예상된다. 관광업 역시 축소되며 항공, 호텔 산업의 침체도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국제유가는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수요 악화 우려로 하락하고 있고 금융 시장도 단기간 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