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 상승 시 한국의 수출 3.2% 증가…배럴당 80달러 이상 급등 시 악영향
중동의 정치적 불안에 따라 유가가 소폭 오를 시 수출이 단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 되레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중동 불안이 국제유가와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에서 10% 상승할 경우 한국의 수출은 수출단가 상승, 산유국 재정개선, 해양플랜트 수주ㆍ인도 확대 등에 힘입어 3.2%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제품, 선박, 자동차 등에서 유가 상승 시 단가 상승 등에 힘입어 수출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13대 수출품목 중 10개 품목(수출 비중 52.2%)에서 유가와 수출의 양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럴당 8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할 경우 국내 생산비용 증가와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 해외수요 둔화로 수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가 한국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예전보다 더 커졌다. 유가에 영향을 받는 품목인 석유화학, 석유제품의 수출 비중이 2000년 10.9%에서 2018년 16%로 크게 상승했고, 수출시장도 금융위기 이후 중국과 산유국 등 신흥국 수출이 50%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미ㆍ중 무역협상 타결의 기대감, 중동 긴장 등에 따라 1월 들어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했지만, 미국이 군사적 대응 대신 추가 경제제재 강화를 발표하면서 상승세가 완화됐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핵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고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군사적 대치 상황이 벌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중동발 리스크 고조로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수입국인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의 휘발유 비용부담 상승 등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도 우려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동 불안에 따른 실물경제 동향과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국제유가 급등 시 채산성 악화와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므로 수출시장 및 원유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