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發 경제 쇼크 우려, 비상한 대응책 급하다

입력 2020-01-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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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정면충돌의 위기로 치달으면서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사태가 더 악화하면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30%가 움직이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에서 생산되는 원유 운송이 막히고, 세계 경제에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제 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난 주말부터 요동치고 있다. 우선 유가가 급등했다.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두바이유는 3.65% 상승한 배럴당 67.83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유(WTI)가 3.06%, 브렌트유도 3.55% 올랐다. 뉴욕 증시는 큰 폭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인 금과 미국 국채가격이 많이 올랐다.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3일에 이어 6일 크게 흔들렸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는 지난 5년간 60~80달러 선에서 안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많이 약화했다.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이 크게 늘어 석유 순수출국 지위에 오른 까닭이다.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더라도 예상 밖의 악재가 가져올 충격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로 국제 유가가 80∼90달러 선으로 급등할 경우 위기의 뇌관이 터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

한국 경제는 더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원유 수요의 전량을 수입하는 실정에서 국제 유가의 변동성 자체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세계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교역량이 위축되면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에도 직격탄이다. 한국 수출은 그동안 극심한 부진으로 작년 12월까지 13개월째 감소세를 면치 못하면서 2019년 수출규모가 전년 대비 10.3%나 줄어들었다. 올해 대외여건 개선에 힘입어 반등을 예상해 왔지만, 중동발 악재가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으면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우리 경제가 새해 초부터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리스크였던 미·중 무역분쟁은 일단 봉합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또한 후퇴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 사태까지 덮치면서 중동 주변국가들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

정부의 비상한 대응이 절실하다. 원유 수급 차질과 유가 급등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와 관련 산업에의 충격, 금융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교역 냉각으로 수출이 다시 감퇴하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다. 위기 단계별로 면밀하고도 실효적인 대책 마련과 신속한 실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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