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상위 10개국 중 수출감소율 최고… 美·中 의존도 낮춰야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보이지 않는 장벽(Wall)’ 건설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를 온몸으로 받은 한국은 2020년 자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유무역주의 수호를 목표로 세계무역기구(WTO)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유례없이 어려운 통상 환경과 마주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 보복 등 통상마찰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WTO 분쟁 해결 체제의 위기까지 겹쳤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수출 상위 10개국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수출 감소율을 기록한 것도 통상환경 악화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기준 수출 상위 10개국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감소율은 한국이 -11.7%로 가장 높았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10대 수출국 대부분이 감소 추세라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수출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대(對)중국 수출은 대부분 두 자릿수 감소율을 이어갔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도 불안감을 키웠다. 일본은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한국에 핵심 부품 공급을 제한하는 수출 규제 조처를 했다.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당한 근거 없이 보호무역을 남발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문제는 올해 역시 한국을 둘러싼 통상환경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수장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올해에도 자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을 우려했다.
정부는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주요국 의회, 업계, 주정부 등과의 다층적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전개하는 등 보호무역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특정국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상대국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호혜적 협력사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된 것과 관련해선 정상화를 위해 회원국 간 논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나 단기간 내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상소기구 조기 정상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공백기 대응 방안을 모색하면서 상소기구 정지에 따른 보호무역 조치 남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자체제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높여 비슷한 입장을 가진 나라와 함께 분쟁을 해결하는 등 WTO를 정상화하고 다자주의를 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