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ㆍ유진그룹 등 알짜자산 처분...유동성 위기 타파 모색
최근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잇따라 자산을 매각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난 10일 C&중공업이 거제조선소를 매각할 계획이 전해진데 이어 11일에는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 타파를 위해 금호생명을 매각키로 했다.
과거 이랜드그룹이 홈에버(구 한국까르푸)를 인수한 뒤 2년만에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며 재매각한데 이어 최근에는 금호그룹과 C&그룹 등이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 위기 타파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대우건설 인수 등에 따른 자금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생명 매각 방침을 세우면서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기업설명회에서 유동성 해결을 위해 금호생명 지분을 올해 말까지 매각한다고 발표한 금호아시아는 마침내 자산을 첫 매각하게 됐다.
금호생명 지분은 금호석유화학이 23.83%, 아시아나항공이 23.14%, 금호산업이 16.16%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총 69.84%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내 ‘알짜기업’이다.
최근 방카슈랑스 홈쇼핑을 통해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금호생명이 상장될 경우 차익은 3000억원∼50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 등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볼 때 상장전에 매각할지 상장후 매각할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생명 지분 매각을 검토중”이지만 “현재로선 그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유진그룹도 최근 증권을 매각키로 하면서 유동성 위기 타파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유진투자증권 매각을 발표한 유진그룹은 최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지난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1조1000억원의 부채가 발생해 부채비율이 195%까지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그룹 측은 보유자산과자기주식 매각을 통해 3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 올 연말 부채비율을 130%까지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C&그룹 역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자산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C&그룹은 지난 10일 열린 주총에서 철강사업부문(포항 2공장)을 현진스틸에 영업 양도하는 계약 체결을 승인했으며 최근에는 거제조선소인 신우조선해양 매각을 검토중에 있다.
거제조선소는 C&중공업과는 별도 법인으로 신우조선해양의 조선소로 지난해 말 조선업 활황으로 C&중공업이 인수한 바 있다.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C&중공업은 그룹 차원에서 매각 방침을 세운 가운데 목포조선소에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금호그룹의 경우 그룹 관련주의 주가 움직임을 보면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해결하려는 금호그룹의 의지에 대해 손을 들어줬다"며 "만일 상장을 통해 현금화를 한다고 해도 상장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현재 시장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에서 IP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PO까지 시간소요가 오래 걸리고 경기하강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더욱 악화될 수 있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금호그룹이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통상적으로 한계성을 가진 기업으로까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자산 매각밖에 없다"며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알짜배기인 금호생명을 매각해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면 금호생명 하나만 매각하는 수준에서 진정이 되겠지만, 그것가지고도 안된다고 하면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결국 다른 알짜배기 기업들도 매각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유동성 위기의 측면에서 봤을때 우선적으로 자산매각이라는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