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망 사용 ‘역차별 논란’을 개선할 해결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콘텐츠 사업자보다 국내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비싼 망 이용료를 내는 ‘역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제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내 사업자에게 새로운 ‘이중 규제’를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함께 연구반을 구성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 라인에 따르면 방통위는 국내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해외 CP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역차별 논란’에 중점을 뒀다. 그동안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업체만 망 이용료를 내고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해외 업체들은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 라인은 계약 원칙으로 ‘계약 당사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 사업자에게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터넷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 대가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 그 사유를 적시하도록 했다. 또한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주요 내용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계약 수용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을 불합리한 사유로 지연·거부하는 경우 △제3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거부 등을 요구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등이다. 또한 인터넷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 여부는 △인터넷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콘텐츠 경쟁력과 사업 전략 등 시장 상황 △대량구매·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인터넷 트래픽 경로 변경이나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이용자 콘텐츠 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 사업자에게 사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 라인은 후속 논의를 거쳐 연내 확정되고,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사들은 이번 조치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업체 간 망 이용 단가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불공정 계약’ 여부를 판단할 통계나 기준도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현재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 망 이용료 계약에는 ‘비밀유지의 원칙’이 적용돼 망 이용료가 얼마인지, 어떤 사업자가 어떤 가격에 계약을 맺었는지 알 수 없다.
국내 콘텐츠 사업체 관계자는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등에 이어 넷플릭스를 포함한 다국적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가 트래픽 급증으로 국내 통신사와 우호적으로 협력할지 미지수”라며 “해외 콘텐츠 업체들이 WTO나 FTA 기준 등에 따라 규제 선이 높다고 판단해 제소하거나 따르지 않을 경우 결국 국내 콘텐츠 업체들만 규제하는 국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