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저하고' 없는 수출…냉정한 상황 파악이 중요

입력 2019-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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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올해 들어서는 단 한 번의 플러스 성적 없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출과 관련해 ‘상저하고(上低下高)’, ‘V자 회복’을 공언해왔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2015년 1월∼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정부는 올해 3~4월께 하반기에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성적은 더 나빠졌다. 올해 6월부터 5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율이 계속됐으며 10월 수출 감소 폭은 2016년 1월 -19.6%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제 정부는 내년 1분기 플러스 전환을 다시 공언하고 있다. 최악의 수출 성적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다시 내놓고 있다.

정부가 수출 회복을 자신하는 근거는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5G 통신의 도입과 PC 수요 회복 등으로 인해 침체기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회복 전망은 올해 1분기에도 정부가 써먹었던 수출 반등 전망 근거 중 하나였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의 1단계 협상 타결 등 대외여건의 우호적 변화를 이유로 들고 있다. 대외 여건은 말 그대로 대외여건이다. 우리나라가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경제가,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고 군불을 지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정부마저 '힘들다', '어렵다'고 떠든다면 살아날 경제도 고꾸라진다.

다만, 냉정한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 수출 불안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맞춤형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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