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유료화 잰걸음, “컨텐츠 질 강화 vs 정보 불균형”

입력 2019-11-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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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보고서 유료화 두고 눈치 싸움

▲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이투데이DB)
증권사들이 종목 보고서 유료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고서의 질을 높이고 적자가 심한 리서치센터의 실적을 올리겠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간의 정보 불균형 논란과 함께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얽혀 있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에 리서치센터 자료 판매를 위한 부수업무 등록 절차를 밟았다. 지난 8월에는 삼성증권이 '리서치 자료 판매 및 시장전망, 기업산업 분석 등 컨설팅 서비스 제공 업무'를 신규 부수 업무로 등록했다.

이밖에도 KB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관련 업무를 등록한 상황이다.

현행 규정상 금융당국에 자료 판매 업무를 등록하면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다양한 분석자료를 판매하거나 기업 컨설팅 서비스(시장전망, 기업 산업 분석, 글로벌 트렌드 분석 등)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5월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유료 리서치 서비스 계약을 맺으며 결실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어느 증권사도 보고서에 대한 전면 유료화를 실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투자자간의 정보 불균형 문제 등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일명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도 불리는 정보 불균형 문제를 리서치 보고서 유료화가 부채질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증권사 보고서가 기관투자자에게만 유료로 제공되고 개인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곳에 공개되지 않을 경우 그렇잖아도 정보 부족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최근에도 일부 연구원들이 기관투자자 등에 미리 정보를 주고 선행매매를 하는 경우가 적발되는 등의 사례가 이같은 반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정책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증권사들이 잘 다루지 않는 코스닥기업과 장외시장 기업 등을 중심으로 공익 목적의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증권사 보고서 유료화는 이에 반하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료화가 이뤄지더라도 기업 분석 보고서는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적은 대체투자나, 해외채권 등 일부 영역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매도’ 보고서를 찾기 힘든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구조 역시 유료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많이 덜해졌지만 여전히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이 종목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기업 눈치를 보는 풍토에서 유료화 만으로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들이 나올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고서 유료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될 전망이다. 유럽의 금융규제안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II)'이 지난해부터 시행되는 것도 향후 보고서 유료화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당초 거래 수수료에 포함돼 있던 리서치 서비스 이용료를 분리해 증권사에 직접 지불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영화, 음악 파일을 유료로 본다는 걸 다들 낯설어 했지만 최근에는 당연시 하지 않느냐”면서 “투자자들이 목말라하는 양질의 컨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당장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유료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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