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에 따른 ‘페소 약세’ 가속 공포 커져…페소 가치, 올해 59% 폭락
BBC에 따르면 개표율이 96%인 시점에서 페르난데스의 득표율은 약 48%로 당선 조건인 45% 이상을 충족했다. 마크리 대통령의 득표율은 이에 못 미치는 약 40%였다.
페르난데스는 이날 밤 지지자들 앞에서 “정부가 국민의 손으로 되돌아왔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페르난데스를 내일 조찬에 초대했다. 그는 정권 이행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페르난데스는 급진 좌파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66)을 러닝 메이트로 정했다.
선거전 페르난데스는 연금과 보조금 증액 등 재정 규율을 무시한 대중영합적인 ‘페론주의’를 내걸었다. 그는 또 마크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 강도 높은 긴축을 강행했다는 점을 비판하고, IMF에 대한 채무 재조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저소득층과 노조의 지지를 얻었고, 결국 선거판을 뒤엎었다.
반면 마크리는 개혁 노선을 지속하겠다고 호소했지만 경기 침체 파고를 넘지 못했다. 페소 가치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율은 50%가 넘고, 실업률은 10.6%로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6% 감소할 전망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면서 등을 돌린 표를 페르난데스가 고스란히 챙긴 셈이다.
좌파 정권의 귀환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에서는 페소 약세 가속화 공포가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달러당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지난 25일에 전 거래일 대비 0.66% 하락한 59.99페소를 기록했다. 올 들어 페소 가치 하락폭은 59%에 이른다.
현지인들이 앞 다퉈 달러를 사들이는 것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무려 8차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이력이 있으며, 달러 예금을 강제로 페소로 환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