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독신’ 전통 깨지나...주교회, 교황에 기혼남·여성 사제 서품 권고

입력 2019-10-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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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4일 바티칸 정원에 세워진 임신한 여성 나무 조각상을 지나쳐 걸어가고 있다. 바티칸/APㅇ연합뉴스

앞으로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 기혼 남성 사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에서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에게 사제 서품을 주는 방안이 채택됐다.

지난 6일 시노드 개막 이후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기혼 남성에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찬성 128표, 반대 41표로 통과되면서다.

시노드는 권고 사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는 기혼 남성의 조건으로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가족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남성으로 제시했다.

또 이를 위해 교회법을 바꿀 필요 없이, 규율에 예외를 두면 된다고 덧붙였다.

아마존 지역의 기혼 남성 사제 허용 권고는 아마존 지역 성직자 수 부족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의 최소 85% 지역에서는 성직자 부족으로 매주 미사가 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간 미사를 열지 못한 지역도 있다.

찬성론자들은 아마존 지역의 이같은 성직자 부족을 이유로 ‘적절하고 인정받는’ 기혼 남성이 사제 서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사제 독신제’ 전통이 깨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아마존 예외 규정이 기혼 남성 성직자 급증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1세기부터 내려오는 ‘사제 독신제’ 전통은 성직자의 재산을 자식이 아닌 교회에 상속하기 위한 ‘경제적’ 이유에서 시작됐다.

이번 투표 결과는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에서 도출된 결론을 참고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남미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독신주의를 가톨릭의 축복이라고 말해왔지만, 이는 교리가 아니라면서 규율과 전통이라는 점을 감안해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남미 지역에서 첫 기혼 남성 사제가 탄생하게 된다.

또한, 시노드는 가톨릭 내에서 여성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면서 여성 사제 서품도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는 아직 여성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당 안건을 연내에 다루겠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7일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를 끝으로 3주간 진행된 시노드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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