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틈 없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의 화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미국과 중국이 수위를 조절하면서 시장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종잡을 수 없는 미중의 행보에 월가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 23일 미국 증시는 크게 곤두박질쳤다. 다우지수는 623포인트나 빠졌다. 중국이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에 대한 보복조치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이에 미국이 다시 맞대응을 시사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말을 지내고 26일에는 증시가 다시 반등했다. 미국과 중국이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 양국 간 무역협상 재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와 발언이 증시를 흔들며 월가 트레이더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월가에서 헤지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맥스 고크먼은 위험도가 높은 신용상품 매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토로했다. 그는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문제는 10년 전(금융위기 때)과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당시, 신용 파생상품 거래는 미친 짓이었다고 말들 하지만, 지금이 훨씬 더 이상하다”며 “당시는 유동성 포지션 형성만 어려웠다면, 지금은 시장의 모든 부분에 특이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꼽으며, “트럼프는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재앙을 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 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 넣은 전례없는 위기였지만,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재료의 다양성은 전례없는 시련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금융정책 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은행주와 국채 수익률, 통화가 즉각 변동하는 일촉즉발의 상태이며, 어떤 종목은 실적 결과에 따라 하루에도 주가가 10~20%까지 변동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블룸버그는 이런 어려움은 ‘트럼프 리스크’가 없어지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쏟아내는 트윗의 영향에 점점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과거의 예를 봐도, 8월은 원래 유동성이 적어 어려운 달인 경우가 많지만, 올해 8월은 S&P500지수가 1% 이상 변동성을 보인 날이 17일 중 이미 9거래일로, 지난해 12월 시장 급락 이후 최대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로 보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가 8월에 전월 대비 평균 40%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S&P500지수는 7월 26일에 기록한 최고치에서 불과 5.9% 하락했다. 다만, 23일까지 4주 간, 주간 기준으로는 4주 연속 하락해 작년 1월 기록한 최고치를 밑돌았다. 다시 말해, 당시 상승 국면에서 매수한 투자자는 현재 손실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