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세 번 마르쉐 장터서 농부와 직거래…한국적 식재료 서양 스타일로 풀어내는 즐거움
구성진 이름과 달리 이색적인 식재료에 화려한 데코레이션, 간결한 와중에 위트 있는 맛을 콕 짚어내는 이 메뉴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신세계조선호텔이 선보인 부띠크호텔인 레스케이프 호텔의 파인 다이닝 ‘라망 시크레’다. 서울 회현동 레스케이프 호텔 최상층(26층)에 자리한 라망 시크레의 손종원(35·사진) 헤드셰프는 “국내에 트렌디한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이 부쩍 늘고 있다. 그중 단연 최고 반열에 오르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손 헤드셰프는 2018년 라망 시크레 헤드셰프로 국내에 들어오기 전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퀸스’에서 수석 셰프를 역임하기도 했다. 손 셰프는 제철 식재료의 미학을 살리는 자연주의적 메뉴를 추구한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기후 차이로 인해 식재료도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근무했던 샌프란시스코는 기후가 온난해 레스토랑이 자체 농장을 운영했다. 직접 작물을 캐 와서 식재료로 쓰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는 미국 로즈할만 공대 4학년에 다니던 도중 학교를 그만두고 2010년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스쿨에 편입해 요리사의 길로 전향했다. 이곳에서 프렌치 요리의 탄탄한 실력을 쌓은 그는 닭 요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손 셰프는 “닭 요리는 그야말로 흰 도화지 같다. 셰프의 역량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색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그는 가을 제철을 앞둔 메추리 요리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그는 “메추리는 옛날 스타일의 프랑스 요리”라며 “메추리 요리에도 유머를 살려 ‘닭발’과 같은 메추리의 발 모양새를 꼿꼿이 세워 데코레이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라망 시크레에 어우러지는 그릇을 찾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꽤 오랜 기간 직접 발품을 팔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자크 폴게(Jacques Pergay)’라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프랑스 자연주의 브랜드와의 운명적인 만남도 가능했다. 음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그릇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마련하는 등 라망 시크레를 향한 손 셰프의 열정은 무한 질주 중이다.
그는 “어르신들은 프렌치라고 하면 ‘불란서 요리’라는 옛 기억을 떠올린다. 이처럼 요리란 자신만의 추억을 불러들이는 연결고리다. 명동을 찾는 방문객들이 라망 시크레에서 음식을 맛본 뒤 돌아서서 한번쯤 웃음 지을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