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지문으로 잠금 풀고, 얼굴로 시동… 온몸이 ‘열쇠’

입력 2019-07-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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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지문 인증, 나이 들면 지문 변형 단점… 홍채인식은 보안성 높지만 안구 피로…최근엔 교차방식 시도

▲①콘티넨탈의 ‘차량 내 생체인식 기술’. ②③볼보 ‘음주측정기 안전벨트’. 운전자가 술을 마셨을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④⑤현대차는 중국형 신형 싼타페 모델인 ‘셩다’에 세계 최초로 ‘지문 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래연(가명) 씨 탑승을 환영합니다. 스케줄을 확인해 보니 강남 테헤란로 중식당에 가셔야 하는군요. 출발하겠습니다. 벨트 꼭 매주세요. 다소 들뜬 이 씨의 표정을 읽은 자동차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먼 미래의 일이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몇 해 전 일부 기술을 구현한 커넥티드카가 선보였고, 몇몇 기술들은 이미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Bio-metrics)’이 자동차에 적용되면서 내 몸이 스마트키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체인식 기술(Biometrics)’은 자동차가 보안과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할 때 도달하는 하나의 궁극점이라 말한다. 신체적(생물학적) 또는 행동적 특성을 추출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하는 기술인데, 지문과 홍채, 손등 정맥, 안면, 음성인식 등이 자주 쓰인다. 최근 영국에서는 사람의 체취를 이용해 본인을 인증하는 방법까지 개발됐다.

◇지문도 늙어가는 것 아시나요? = 지문은 가장 보편적이며 1세기 넘게 이어온 생체인식 방법이다.

자동차에도 1980년대 이미 지문을 이용한 생체인식 기술이 도입됐다. 2000년대 들어 고급차를 중심으로 지문인식 시동버튼도 등장했다. 다만 오류가 많아 곧 사라졌다. 게다가 가격이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려 불편했다.

최근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시금 지문 인식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먼저 예전부터 주로 쓰던 △광학식을 기본으로 △정전용량식 △초음파 방식 등이 자주 쓰인다.

광학식은 관공서 인증기기, 현관문 개폐기 등에 주로 사용된다. 센서 위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아래에서 조명을 쏴 렌즈가 이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높은 반면, 부피가 커 차에 달기 어렵다.

정전용량식은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썼던 방식이다. 센서가 지문의 굴곡 차이를 전기 신호로 감지하고 본인 여부를 판단한다. 부피가 작아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주로 쓰인다.

최근 스마트폰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음파 방식을 쓴다. 감지기 아래에서 초음파를 쏴 지문의 굴곡에 따라 튀어나온 신호를 취합한다. 부피가 작은데 의외로 배터리를 많이 쓰는 게 흠이다.

최근 지문 인식을 대체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늘어난 이유는 오류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 들수록 얼굴이 달라지듯, 지문에도 변형이 오기 때문이다.

◇두 눈 부릅뜨고 여기를 보세요 =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채가 지문인식을 대체하고 있다.

홍채는 동공 바깥에서 동공 크기를 조절한다. 적외선 카메라가 이 홍채 모양을 인식하고, 소프트웨어로 눈동자의 주름이나 굴곡 등을 분석한다. 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저장해 놓은 홍채 정보와 비교한다.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매번 눈을 부릅뜨고 인증해야 해 번거롭다. 다른 방식에 비해 인식 시간도 오래 걸려 불편하다.

정맥 인식도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손바닥 또는 손등 혈관에서 심장 방향을 향하는 정맥을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법이다. 보안성이 뛰어난 만큼 금융거래와 출입국, 간편결제 등에는 꾸준히 도입 중이다.

실제로 국내 공항에서 정맥 인식을 활용해 자동 출입국심사 정보를 등록하는 방식이 활용 중이다. 금융권에서도 조만간 정맥으로 본인 인증을 마치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막바지 준비 중이다.

◇안면과 음성인식 기술도 대세… 성형수술은 문제 = 얼굴과 음성 인식 기술도 빠르게 발달 중이다.

애플이 선보인 ‘페이스 ID’도 안면인식 가운데 하나다. 적외선을 통해 얼굴 위에 수많은 가상의 점을 찍고 그 점들이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 파악한다. 다만 화장법이 달라지거나 얼굴이 부은 상태에서 종종 오류가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성형수술을 했으면 기준 데이터도 바꿔야 한다.

음성인식 기술도 특정인 목소리의 고유 음파를 사용해 인증한다.

여러 생체인식 보안기술이 탈취된 사례도 종종 전해진다. 이런 허점이 발견될수록 연구자들은 또다시 밤잠을 줄이며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예컨대 지문인식은 지문 복제로 뚫을 수 있고, 나이가 들면 지문변형 탓에 인식률이 떨어질 수 있다. 홍채 인식도 적외선 스캐너를 통해 만든 가짜 렌즈에 뚫린 사례가 있고, 정맥 인식도 왁스로 만든 가짜 팔에 무너진 사례가 있다. 안면 인식도 마찬가지인데, 3D 스캐닝도 정밀한 얼굴 가면을 만들면 해제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런 생체인식은 교차 방식을 통해 재인증을 시도 중이다. 예컨대 지문인식으로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은 뒤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안면인식이 필요한 방식 등이다.

◇운전자 인식하고 변속 타이밍 바꿔 = 자동차의 생체 인식기술은 점진적으로 발달 중이다.

먼저 지문 인식은 매번 업데이트해 지문 노후화 정도를 파악한다. 홍채 인식도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운전자의 눈 깜박임 패턴과 움직임 방향을 데이터에 포함했다.

이처럼 다양한 생체인식 정보를 바탕으로 여럿이 함께 운전하는 차를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차가 특정 운전자에 맞춰 시트 포지션을 바꾸고, 사이드 미러와 룸미러 등을 알아서 재조절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운전자의 선호 음악을 켜주고, 매일 같은 시간에 차 시동이 걸린다면 빅데이터에 따라 자주 가는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스스로 안내할 수 있다. 주행 특성에 따라 변속 타이밍과 서스펜션을 조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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