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만 악화"…도시가스업계 불만 고조
정부와 여당이 물가상승을 고려해 가스요금 인상폭을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민간 도시가스사업자들의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도시가스를 공급할 때 부과하는 도시가스사의 소매공급비용(마진)은 동결한 반면 한국가스공사가 도시가스사업자들에게 공급할 때 부과하는 도매공급비용(마진)은 인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가스사의 경쟁력만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도시가스업계의 지적이다.
도시가스의 요금은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원료비와 도매공급비용(적정원가와 투자보수)을 산정한 도매요금과 도매요금에 소매공급비용(도시가스사 배관투자 비용 등)을 더한 소매요금으로 구성된다.
도매공급비용은 매년 초 지식경제부가, 소매공급비용은 매년 상반기 말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정, 고시한다. 국민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된 소매요금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가스公 "가스요금 인상 불가피"
정부의 도시가스요금 인상 추진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가스공사는 최근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오히려 요금인상 불가피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가스공사는 먼저 도시가스 원료비 상승의 원인을 들었다. 가스요금의 경우 원료비 비중이 전체 판매가격의 82%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인상이 그대로 판매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특히 도시가스요금은 올해 1월1일 22.81원/㎥ 인하 이후 동결상태여서 고유가 지속시 대규모 손실과 적자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천연가스 수급불안을 지적했다. 과거 LNG는 벙커C유 등에 비해 20~30% 고가였으나 인위적인 도시가스요금 동결로 가스수요만 증가하는 등 자원배분의 왜곡현상이 발생, 가스수급 불안이 초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도시가스요금 동결로 타 연료대비 상대가격이 하락해 도시가스로의 연료전환이 가속화돼 산업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국내 수요 상황과는 달리 해외 LNG시장은 공급부족 상태로 올해 동절기 수급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측은 7~8월분부터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지 못할 경우 고유가 지속 시 동절기에 대폭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왜 우리만"…도시가스사 볼멘소리 급증
이에 대해 도시가스사업자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정작 소매공급비용 동결로 영업마진은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무작정 반대만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소매공급비용을 동결시키면 결국 비용 보존을 위해 회사는 배관시설 및 안전홍보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지난해 물가안정을 위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가스공사와 도시가스업계가 공급비용을 동결키로 했다"며 "하지만 가스공사는 올해 초 공급비용 산정시 인상분을 반영했지만 도시가스업계는 동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역할이 바뀐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올해 초 가격을 ㎥당 16.37원 가량 인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유가상승에 의한 원료비 인상요인이 있으나 저가의 신규계약물량 도입으로 원료비를 내린 반면 가스공사의 이익분인 도매공급비용은 ㎥당 3.65원 인상했다. 결국 도시가스 요금 인하로 생색은 내면서 가스공사의 이익분만 고스란히 챙겼다는 지적이다.
반면 도시가스업계의 지난해 소매공급비용 인상요인은 ㎥당 1.02원으로 도매공급비용 인상분의 3분의1 수준. 이마저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결되면서 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도시가스업계는 설명했다.
도시가스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원료비 적자에 대한 지원금도 받고, 도매공급비용 인상으로 영업이익을 확보해 결국 가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 이중고, 삼중고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스요금 인상률, 한자릿수?
한편 정부는 가스요금을 8월, 9월, 11월로 나눠 산업용은 50%, 가정용은 30% 인상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간 가스요금 인상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물가상승을 고려해 8월엔 한자릿수만 인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30~50%의 인상요인이 있으나 물가급등 등을 고려해 이보다 적게 올리는 방안을 당과 협의하고 있다"며 "8월에 한자릿수로 인상한 뒤 국제유가 동향을 고려해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후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하반기 가스요금은 한자릿수 인상에 그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상요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스요금은 내년에라도 인상해야 한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가격인상을 유예할 수 있으나 언젠가는 가격을 올려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전국의 대부분 지자체들이 동결 또는 인하한 가운데 부산시만이 인상했으며 서울시와 강원도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