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일주일] 아베, 한국 경제 최약점 노렸다

입력 2019-07-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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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참의원 선거 앞두고 당내 결속과 리더십 과시 ‘일거양득’

▲지난 2월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한 방문객이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했다. 바르셀로나/로이터연합뉴스

‘첨단 소재 수출 규제’라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초강수는 한국의 강제 징용공 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자 자국 내 정치력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가 한국 경제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건드려 당내 결속과 리더십 과시를 도모하는 ‘일거양득’ 전략을 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 ‘한국통’으로 알려진 일본종합연구소의 무코야마 히데히코 수석 주임연구원은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경제 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첨단 소재 3개 품목(TV·스마트폰의 유기EL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꼭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 가스(고순도불화 수소)을 선택한 이유는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중요한 제품이며, 설비투자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견인하고 있는데, 이 기간산업의 핵심을 치는 게 한국 경제 충격파가 가장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은 일본이 세계 생산량의 70~90%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약점인 중요 기술을 겨냥한 셈이다.

특히,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삼성전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을 흔들어 한국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최근 삼성이 경영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첨단 소재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6조5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의 실적 악화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대 수익원인 메모리칩 가격이 공급 과잉으로 압박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삼성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중국의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미국 정부의 금수 조치를 받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나아가 한국 경제가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중 무역 마찰 여파 및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역풍도 맞고 있다.

아베 총리가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결속을 도모함과 동시에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서 국내외 비판을 무릅쓰고 한국경제를 흔드는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자민당 일부에서는 “한국과의 국교를 단절해야 한다”며 아베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 아베의 선택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될 수 있는데다 일본 기업은 물론 전세계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기업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화학품, 제조장치와 계측기 등을 한국에 공급하고 있고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DRAM과 NAND 플래시 메모리를 전세계 기업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아베가 한국을 상대로 초강수를 둔 이유가 다름 아닌 국내정치에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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