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은 실수…팀 쿡, 대중 전략 기로에 서다

입력 2019-06-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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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중국 의존도 과도...미중 新기술냉전 격화 속 전략 선회 불가피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이 3일(현지시간)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AFP연합뉴스
미중 기술 냉전 시대를 맞아 중국에서 거대 ‘조립 공장’을 돌리고 있는 애플의 대중 전략이 기로에 서게 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6월 최신호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생산과 소비 모두를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쿡 CEO는 애플에 입사해 회사의 공급망 비용 절감 등을 담당하던 시절부터 중국과의 관계 다지기에 집중해왔다. 애플과 중국의 관계는 이제 완성형에 가깝다. 지금은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에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조립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생산뿐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도 애플의 중국 의존도는 높다. 2010년만 하더라도 ‘제로(0)’에 가깝던 중국 매출이 지난해에는 520억 달러(약 61조5000억 원)로 뛰었다. 이는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급성장기의 애플에게 근면하고 저렴한 중국의 공장은 필수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신 기술냉전’이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시작되면서 애플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달 10일을 기해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의 과세를 부과했다. 애플은 직접적인 타격을 피했지만, 투자자 심리를 얼어붙었다. 애플 주가는 한 달 만에 12%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애플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협상이 의도대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3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제재에는 애플의 가장 큰 수익원인 스마트폰, 즉 ‘아이폰’이 포함돼 있다. 모건스탠리는 대중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아이폰의 제조 비용이 한 대당 160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애플은 비용 증가를 흡수하거나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겠지만, 어찌됐든 애플의 수익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애플이 마주한 위험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자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봉쇄 조치에 복수를 하고 나서면 애플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이미 애플 제품을 보이콧하면서 자국산 저가 브랜드로의 환승을 시작했다. 이에 씨티그룹은 올 하반기 중국의 아이폰 판매량 전망을 기존 약 1450만 대에서 720만 대로 줄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특히 중국인의 반미 감정에 불이 붙게 된다면 애플에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류 전문가’로 알려진 쿡이 “중요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어서는 안된다”는 공급망 관리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애플이 인도 사용자를 위한 아이폰 생산을 현지에서 하기 시작했지만, 애플의 중국 의존도는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에 애플에 부품을 공급한 업체 상위 200개 사 중 41개 사가 중국으로, 미국의 37개 사를 제쳤다.

다만 현재로선 중국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애플을 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애플이 중국 경제에 공헌하는 규모 역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컨설팅 회사는 애플의 연간 중국 경제 기여 규모가 2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약 150만 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애플 제품 조립에 종사하고 있으며, 250만 명의 중국인 엔지니어가 애플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개발에 종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중국 정부의 마음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애플이 중국의 조립공장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확실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애플이 고성능 부품 생산 거점을 옮기려면 최소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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