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집기 훼손 등 우려..사측 교섭장 변경 요청, 노조는 거부
“노조가 회사임원을 감금할 수 있다. 출구가 여러 곳으로 교섭장을 바꿔달라.”
올해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앞둔 한국지엠(GM) 노사가 교섭을 시작하기도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한국GM에 따르면 이 회사 노사는 30일부터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섭 장소와 노조 교섭대표 등을 확정하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노사 교섭장소’이다.
한국GM 사측은 교섭 장소를 기존에 사용하던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 복지회관동 건물 노사협력팀 대회의실에서 본관 건물 내 회의실로 옮겨달라고 요청했다.
사측이 교섭장 장소 변경을 요청한 이유는 감금 우려 때문이다.
노사협력팀 대회의실은 출구가 하나밖에 없다. 감금될 경우 임원진이 대피하기 어려워 출구가 여러곳이 있는 곳으로 장소이동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5월에는 한국GM 비정규직 40여명이 사장실을 점거해 집기를 부쉈다.
이어 지난해 10월엔 노조가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을 분리 및 독립하려는 사측에 맞서 수십 명이 부평 본사 3층 사장실 앞을 점거했다.
사측은 당시 용역업체 직원을 배치해 진입을 막으려 했지만 노조는 쇠 지레를 이용해 사장실 입구를 막았다. 당시 카허 카젬 사장은 사장실 안에 사실상 감금됐다.
그러나 노조는 기존 교섭장은 30여년간 노사 단체교섭이 있을 때마다 사용했던 곳으로 상징성이 있어 교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측이 감금을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 또 노조가 제시한 단체교섭 대표 가운데 앞서 해고된 노조 군산지회장이 포함돼 있다. 사측은 그를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군산지회장은 지난해 한국GM 노사 간 교섭 중 회사 기물을 파손했다가 해고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GM 사측이 감금을 우려해 장소를 변경하자고 하고,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은 한국 노사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블랙코미디”라고 씁쓸해 했다.
한편 한국GM 노조는 지난 16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