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청북지구가 '전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참혹한 청약결과를 기록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실시된 청약접수결과 640세대를 공급하는 대우자판의 '청북 이안'은 84.98㎡ 주택형에 단 1명의 청약자만 접수했으며, 역시 같은 기간 청약 접수에 나선 풍림산업의 '청북 풍림아이원'은 단 한 명의 청약자도 없이 232세대 공급물량 전체가 미분양으로 기록됐다.
이 같은 청북지구의 청약참패는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청북면 일원 220만6000㎡ 면적에 8183가구가 들어서는 청북지구는 꽤 규모가 큰 택지지구인데다 주변에 황해경제자유구역이나 고덕국제도시 등 대형 개발재료가 있다.
또 평택분기점을 기준으로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안성간 고속국도 사이에 위치해 있는 등 교통여건이 뛰어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청북지구는 올 하반기에도 우미건설, 중앙건설, 유승종합건설, 우림건설 등이 총 2529가구를 쏟아낼 예정이다. 하지만 분양시장의 속성상 '1번 타자'인 청북이안과 청북풍림아이원이 모두 전멸에 가까운 청약성적을 기록한 만큼 이들 후속 분양물량의 분양실적도 비관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도 올 하반기 분양 여부를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청북지구의 분양실패는 우선 지나친 공급과잉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평택시는 2020년까지 인구 80만까지 성장한다는 장기 계획을 잡아놨지만 현재까지 인구 유입 요소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택만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청북지구에 앞서 용이동에도 1200세대가 공급돼 기존 주택수요자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즉, 개발호재가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삽도 뜨기 전에' 주택부터 공급한다는 건 말그대로 '떡도 먹기 전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 뿐만 아니다. 평택 방향으로 접근이 가능한 국내 최대의 신도시인 아산신도시도 공급을 시작했다는 것도 청북지구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소다.
현재 1단계 사업인 배방지구가 시작했으며 곧 탕정지구까지 사업을 시작하면 아산신도시는 총 1000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의 신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경우 '중력법칙'에 따라 규모가 1/10도 안되는 청북지구는 아산신도시에 '묻힐' 수 밖에 없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평택 일대에는 소사벌지구 등 소형 택지지구가 즐비한 상태며, 구도심에도 민간 건설사들이 자체적인 개발사업을 통해 아파트 공급을 줄이을 예정이다. 올해 내에만 1만3000여 가구가 공급되는 '공급과잉 교과서'가 바로 평택 일대인 셈이다.
즉 현재는 수요층이 거의 사라진 상태며, 장래 발생할 수요도 청북지구가 독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란 비관이 겹쳐진 것이 청북 분양 실패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대우자판 이안과 풍림 아이원은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3.3㎡ 당 각각 590만원과 610만원의 분양가를 적용, 최근 분양된 비분양가 상한 아파트보다 3.3㎡당 100만원 이상 싼 가격에 분양을 했지만 '제로 청약'을 기록해, '분양가 상한 아파트 불패'기록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싼 가격에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러한 분양실패는 업체들도 미리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우자판 이안의 경우 청약접수 전에는 분양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후 미분양이 발생해서야 가계약을 진행하며 활발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있어 이른바 '깜깜이 분양'이란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북지구 분양 여건은 딱히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엄청난 공급과잉 현상이 이제 시작됐으며, 미군기지 이전 등 주택 수요를 유입할 만한 요소는 '삽을 뜰'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초기 분양인 만큼 청북 아이원과 청북 이안은 그나마 분양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향후 청북 지구 분양을 준비하는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전반적인 주택공급 과잉에 따라 수요자들의 주택 선택은 철저히 투자가치를 보고 움직인다"며 "공급과잉에 따라 투자가치가 낮은 평택 일대 아파트는 별다른 경쟁력이 없이 자칫 미분양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